CAFE

여행과 취미 생활

하모니카와 인연/안성환

작성자안성환|작성시간26.06.11|조회수17 목록 댓글 0

울문아 부설 하모니카반 버스킹을 마치고/안성환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 부설 하모니카반이 태화강국가정원에서 버스킹을 했다. 버스킹이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관객은 한 명도 없었다. 행인들은 꽃을 보고, 강을 보고, 정원을 보느라 바빴지 하모니카 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는 없어 보였다.

사실 하모니카는 조금 억울한 악기다. 오케스트라를 보면 지휘자를 중심으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가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엄연히 금관악기 계열인 하모니카는 그 화려한 대열에 끼지도 못한다. 작고 값도 싸고 장난감처럼 보여 악기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정이 갔는지 모른다. '불쌍한 녀석, 내라도 네편이 되어줘야지.' 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용감하게 울문아 하모니카반에 접수를 하고 다음 날 강사님께 물었다.
"저는 콩나물 대가리도 모르는데 하모니카 할 수 있습니까?" 강사님의 답변은 지금 생각해도 걸작이다. "콩나물 대가리는 몰라도 됩니다. 숫자만 알면 됩니다." 그것이 숫자보이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시작했다. 그때가 2016년 6월이었다. 그리고 오늘,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하모니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배운 시간이었다. 10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웃고 떠들고 연습하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하모니카보다 사람들에게 더 깊은 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두지 못한다. 하모니카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하모니카는 우리 인생과 닮은점도 있다. 작은 악기지만 사람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들숨과 날숨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온전한 음색이 나오듯, 인생 또한 기쁨과 시련이 함께할 때 깊이를 얻는다.

너무 강한 바람은 음을 깨뜨리고, 너무 약한 숨은 소리를 잃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며 조화와 절제가 중요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하모니카의 음색이 더욱 부드럽고 따뜻해지듯 사람도 오랜 시간을 견디며 품격과 향기를 얻게 된다.

결국 아름다운 인생이란 큰 소리를 내는 삶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잔잔한 울림이 되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모니카를 분다. 악기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숨결과 세월,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10일 안성환 쓰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