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千 年 / 효향
바람아 단청 고운 대웅전 풍경을 울리며
산곡에 숱한 불심도 두드리며
있는 듯 없는 듯
시간의 밖을 걸어 와 절의 수호신이 됐다
산꽃아 작은 탑인 듯 앉아
달과 별이 오는 길에 꽃으로 든 한 마디
억겁 윤회 속에서 지켜 온 불변의 향기로
정토로 가는 길에 등불이 청아하다
돌탑은 우주 창생의 긴 이야기들
이끼를 쌓고 무늬로 새겨두며
역사 후의 메시지도 이미 읽고
어느 사이 시공의 밖에 섰다
사람아 천 년을 찰나로 헤아리는 지혜로도
생노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뜻을 세워 가는 길은 평이롭게 걸을 수 있었던가
보리심菩提心은 번뇌를 닦지 않고 만나 볼 수 있는가
유월 비 / 효향
봇물 넘실거리도록
퍼붓는 너의 이야기를 들어 보련다
너는내가 사랑하다 잃어버린 16세 소녀다
청매실도 탱글탱글 빚더니
항아리 숲 뒤에서창포 꽃 은방울꽃으로꽃반지를 만들어
안개 흩으며 뉘를 찾아간 소녀야
무릎의 흙을 털고
방글거리는 일곱 살 아이들을
기쁜 눈물 넘실넘실 다독이며
어미를 닮아가는
나의 초상화
엎딘 눈빛들 일으키며
흙 위를 맨발로 뛰며
청 마루 낙숫물로 도미솔을 울리고
툇마루를 돌아 개역 귀 달맞이꽃을 부르며
꽃물결 오는 길에
네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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