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교사에게 4천5백만원 구상금을 청구했다고?
교원이 교육활동 중에 학생의 보호·감독의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학교 설치자는 교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있다. 학교 설치자란 국공립학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며, 사립학교의 경우는 학교를 설치ㆍ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이다.
교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학교 사고는 기본적으로 국공립학교 교원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므로 교원의 경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 교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민법’의 규정에 따른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교원의 중과실이나 고의에 의해 발생한 사고는 학교 설치자가 배상하고 교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원에게 중과실 책임이 인정되면 구상권이 발생하여 교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므로 중과실 책임의 의미와 사례를 명확히 알아 두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중과실 즉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 약간만 주의를 하였더라면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를 말한다.
가령 교사가 현장학습 장소에서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방치하고 교사들끼리 모여 음주를 하다가 학생이 도로로 무단으로 나가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거나, 과학실 실험 후 실험 용구와 유해 약품을 제자리에 정리하지 않고 교사가 과학실을 떠난 후 남아있는 학생들이 장난하다가 유해 약품에 신체 손상 등을 입은 경우는, 통상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하거나 약간만 주의를 하였더라면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이므로 중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
교원의 중대한 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 행사 여부가 달라져
그러므로 교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는 교원의 중대한 과실 여부에 따라 교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
구상권이란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뒤 실제 책임 있는 자에게 청구하는 권리이다. 즉 타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을 자기의 출재로 변제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한 경우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므로 중대한 과실 책임이 있는 교원이 부담하여야 할 손해배상을 학교 설치자가 배상한 후 교원에게 상환을 청구하는 권리가 구상권이다. 하지만 중과실이 아닌 경우 즉 경과실인 경우에는 학교 설치자가 배상하고 교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교원의 중과실이 인정되면 국공립학교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시·도교육청이 교사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 교원을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국공립 교원은 ‘국가배상법’, 사립 교원은 ‘민법’ 적용
국공립 교원에게는 ‘국가배상법’제2조를 적용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구상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민법’제756조 사용자 배상책임에 의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학교 설치자인 학교법인이 교사의 선임 및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에는 학교법인의 책임이 없고 교사의 책임이 있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사립학교 교원에게는 중과실뿐만 아니라 경과실의 경우에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판례는 학교법인 등 학교설치자의 학교 운영상 국공립학교 교사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하여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립학교에서 사용자의 면책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이를 무과실책임으로 돌려 학교법인 측의 책임을 대부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또한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는지 여부도 학교법인 측에 증명책임이 있으므로 실무상 ‘민법’756조제1항 후단이 적용되어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면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판례나 재판 실무에서도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공무원인 교원과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구상권은 공립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법인 등이 교사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불법행위 가해자이고 중과실 책임이 있는 교사를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교육청이 교사에게 4천5백만원 구상금 청구
초등학교 6학년 A학생은 같은 반 친구들과 문이 열려있는 과학실에 들어가 알코올 통을 들고 모래상자에 붓다가 갑자기 불이 알코올 통으로 옮겨 붙어 폭발하면서 이로 인한 화상으로 사망하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과학담당 교사는 폭발성 및 인화성이 강한 화공약품은 약품 상자에 넣고 잠금장치를 하여 안전하게 보관함으로써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에게 위험한 화학약품을 노출시키지 말아야 할 중대한 주의 의무가 있고, 자신 및 실험보조원이 없는 상태에서 과학실을 개방하여 방치하였으므로 교사로서 통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였다(청주지방법원 1999. 1. 27. 선고 98가합1154 판결).
이 판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교육감이 피해학생 가족에게 먼저 손해배상을 한 후 과학담당 교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사안이다.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손해를 그대로 청구하는 것은 아니고 교원의 직무 내용, 불법행위의 상황, 손해발생에 대한 교원의 기여 정도, 교원의 평소 근무태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배상한 손해를 교사에게 청구한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과학실 개방에 대한 책임과 폭발성 및 인화성 물질은 잠금장치를 하여 보관하여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여 교사가 4천5백만원을 교육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이 글은 도서 「선생님의 권리보호와 책임예방」 중에 있는 내용이며 저자의 동의를 받은 후 게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