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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이 앙버터 호두 과자로(조합원 글)

작성자노조위원장|작성시간25.11.25|조회수271 목록 댓글 2

다음글은 기간제교사노조 조합원이신 선생님이 실천한 내용을 수기로 작성해 상을 탄 내용입니다. 

학교는 '비정규직의 백화점'으로 불립니다. 기간제교사를 비롯해 여러 강사들이 있고, 급식노동자, 교무행정실무사, 당직기사, 셔틀버스 기사, 인쇄실, 청소 노동자 등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그들은 기간제교사인 우리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교사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년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도 이런 활동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또하나는 11월 20일, 21일에 이 분들이 속한 노조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4일과 5일에도 파업을 합니다. 

이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카드에 적어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에 파업 참여자들에게 전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메시지를 적어도 좋고 선생님이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2월 4일, 5일의 파업일정이 있는 지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생님~~ 조합원의 실천을 담은 글을 읽으시고 선생님도 용기 내어 연대의 마음을 전해 봅시다. 

노동수기 작성 페이지


수기제목: 풀빵이 앙버터 호두과자로

이름 : 한정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 담임인 나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얘들아, 쌤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함께 해보지 않을래?”
아이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의 날엔 누구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까?”
학생들은 교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그분들께 감사드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그런데 우리 학교엔 교사 말고도 소중한 분들이 계셔. 매일 새벽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급식을 준비하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늦은 밤까지 학교를 지키며, 학습지를 인쇄해 주시는 분들 말이야. 그분들이 없다면 학교는 단 하루도 돌아가지 않아.”
 
아이들의 표정이 서서히 달라졌다.
그래서 이번 스승의 날엔 교육공무직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보면 어떨까? 손편지와 작은 선물도 함께 준비해서.”
선물은 쌤이 살게.”
실장과 부실장이 먼저 좋아요! 꼭 해봐요!” 하며 나섰고, 반 전체가 흔쾌히 동참했다. 그렇게 우리 반의 스승의 날 감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사회과 교사다. 교실에서는 정치와 법, 사회·문화, 통합사회를 가르치지만,
삶 속에서 직접 부딪히며 깨닫는 경험이야말로 진짜 사회 수업이라고 믿는다.
회사 생활을 10년간 한 뒤, 6년은 교육공무직으로, 이후 8년째 기간제 교사로 학교를 전전해왔다. 학교의 중심이라기보다 가장자리에 머무는 노동자로서, 필수적이지만 이름은 불리지 않는 노동의 이면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의 처우는 기간제 교사인 나보다도 더 열악하다. 장기 근속을 해도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고, 방학 중에는 급여조차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분들은 묵묵히 학교를 지탱한다.


첫 번째 과제는 이름 알기였다.
학생들은 급식실, 당직실, 인쇄실, 행정실을 직접 찾아가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의 성함을 정중히 여쭈었다. 어떤 분은 놀란 얼굴로, 또 어떤 분은 따뜻하게 웃으며 이름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학생들과 나는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정성스레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눌러 담았다.
그저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각자의 말로 진심을 담았다.
맛있는 급식 덕분에 학교생활이 더 즐겁고 행복해요.”
항상 깨끗하게 청소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늦은 밤까지 학교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앙버터 호두과자 세트 스무 개를 준비했다.
작은 박스마다 메시지를 출력해 붙이며 마음을 담았다.
사랑하는 ○○○ 선생님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시는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깊은 존경과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1학년 3반 학생 일동과 담임 교사 올림.”

스승의 날 아침, 우리 반은 가장 먼저 급식실로 향했다.

학생들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와 선물을 건넸다.

어머, 우리 이름이 여기에 있네요.”

직접 쓴 거예요? 정말 고맙다.”

급식실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금세 울컥한 표정이 번졌다. 성함까지 하나하나 적었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셨다.

그때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도 학교 조리사세요.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시거든요.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잘 알아요. 오늘 우리 반이 한 일을 제 어머니께도 꼭 자랑스럽게 말씀드릴게요.”

 

그날 아이들과 함께 손편지를 건네며 깨달았다.

내가 가르치는 사회는 교과서 속 제도가 아니라,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 순간, 문득 전태일 열사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버스비를 아껴 풀빵을 나눠주었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풀빵 대신 앙버터 호두과자로 연대의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과 함께한 스승의 날 감사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진정한 배움이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우리가 전한 손편지와 앙버터 호두과자가, 그분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을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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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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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계약직교원 | 작성시간 25.11.25 잘읽었습니다. 눈시울 핑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됬을듯해요. 축하드려요^^
  • 작성자바람 | 작성시간 25.11.26 수고하셨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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