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관한 서적을 고르다 보면 이유리 작가의 책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기울어진 미술관' '화가의 출세작'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등
도서관 서고에서 꽤 이 작가의 책을 꽤 많이 선택했었네
기자로 출발한 그녀가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는 자기소개가 신빙성 있게 느껴졌던 건
어학연수를 위해 갔던 외국에서 공부는 안하고 미술관만 찾아다녔다는 대목이었다
몰입하면 중요한 대목만 남는다는 진실을 증명했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는 앤디워홀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아뜰리에를 팩토리라고 명할 만큼
창작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갖고 편집하거나 색을 입히는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많은 공장식 판화작품을 생산해 냈던 앤디워홀을
난 그동안 화가라고 존경을 담아 부르진 않았던 것 같다
워낙 독특한 스타일로 자신을 어필했던 워홀은 강연장의 초대도 무척 많았다고 한다
이때 워홀은 엄청 큰 사기를 치기도 했다
배우 앨런 미제트를 자신과 똑같이 분장시켜 (선글라스와 흰머리 가발이면 충분했다고 한다)
강연장에서 워홀 행세를 하게 했다니
참 놀랍다
그것도 4개월간 계속했다니 참 무서울게 없는 오만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날 충격받게 한 이 한장의 그림은 뭐지?
이 그림 속의 인물이 앤디 워홀이라고?
믿을 수 없어 자꾸만 들여다 봤다
지금으로 치자면 관종이라 할 만큼
자신을 내 보이고, 포장하고 거기에 작품까지 많이 팔아 부를 축적했던 팝 아티스트가
이런 자화상을 남겼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큰 사고로 인해 온몸이 부스러질 정도로 망가진 워홀은 여러 번의 수술 후
복대를 하고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근육하나 없는 볼품없이 늘어진 몸, 거기에 마구 그어진 수술자국
복대까지 해야 했던 지방덩어리 가득한 배
이 모든 걸 그대로 드러내놓고 자화상을 그리게 한 팝아트의 제왕이라니
강력한 필터로 자신의 얼굴을 치장했고 방송했던 인플루언서가 어느 날
필터장치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방송했다가 원래의 얼굴을 들켜 난리가 나는 경우보다는
워홀의 자화상은 스스로 껍데기를 훌훌 벗겨버리고
나는 이렇습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좀 더 솔직한 것일까
우리 나이가 되면 사진 찍기를 극도로 꺼린다
그런데 나는 아직 피사체가 되는 게 좋다
이유가 있다
실물보다 사진이 그나마 더 낫기 때문이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낫게 하려면 강력한 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그 필터가 있다
바로 선글라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