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으로 가려면 구관에서 바로 이어지는 동선이 아니라
구관을 나와서 작은 정원을 지나 완전히 다른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
건물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조각품과 설치미술품들이 놓여있다
내가 앉은 의자조차 작품처럼 보일 지경이다
예쁜 조약돌로 만든 듯한 의자가 앉아보니 의외로 편안하다
이 의자에 앉아 브런치 카페에서 남겼던 빵을 짠딸과 나눠 먹었다
적당히 출출하던 차에 아주 꿀맛처럼 느껴지는 빵 반조각
다 먹고 일어나 신관으로 들어서려는데 먹은 빵봉지를 본 경비원이 제지를 하려는 순간
짠딸이 얼른 가방에 넣는 걸 보고 눈이 마주치며 함께 씨익 웃는다
우리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아냐~~
건물 자체에서 혹은 내부의 구조물에서 여기는 현대미술관입니다 하고 말하는 듯하다
고전적인 구관에서 풍기던 붉은빛 흙냄새가 아닌 세련된 시멘트냄새가 날 것 만 같은 분위기다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고 소모임을 하는 룸인 것 같기도 한 공간이 참 아름답다
그림을 감상하다가 잠시 앉아 쉬면서 창을 바라보면
거대한 작품이 하나 턱 걸려있는 듯한 풍광
가까이 살면 이 공간에 들어와 끄적거리기도 하고, 책도 살짝 읽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작품 진열방법도 현대적이지만
전시된 그림이나 작품도 난해하기 그지없다
저 토끼 귀 같은 모양의 의자는 작품일까
진짜 의자의 용도로 놓아둔 걸까 의구심이 든다
저 창 밖의 풀밭에서 방금 뛰어나온 토끼들을 표현한 겁니까?
물어보고 싶네
벽, 가구, 소품들에 분필로 마구 낙서 ( 예술활동)를 한 듯한 공간이 특이하다
그런데 브라브라 뭐라고 설명이 쓰여있다
짠딸한테 영어 앵벌이를 시킨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응 마음대로 분필로 예술활동(낙서)을 하래, 그리고 지우지 말래
고뢔?
그럼 우리도 예술활동에 참여해야지
'솔이랑 둘이'라고 한글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았다
짠딸도 얼른 분필을 들고 세종대왕님의 위대한 업적을
이곳 시드니의 미술관에서 자랑한다
둘러보니 이곳에서 한글로 예술활동을 한 이는 우리 모녀가 처음인 듯하다
현대미술은 참 흥미진진하다는 걸 체험하고 갑니다
현대미술관답게 카페도 있다
미술관 옆 카페는 지나치질 않는 성격인데 우린 갈 곳이 있어 카페는 잠깐 바라보기만 하는 걸로
밖으로 나와 정원이 예뻐 구경하다가 바로 보타닉 가든으로 연결되는 줄 알고 계단도 내려가보고 했는데
길이 이어지질 않아 다시 올라와 처음 들어왔던 입구로 나갔다
조약돌 의자 눈길 한 번 더 주고 우린 피크닉을 위해 보타닉 가든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