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12. 금요일
애써 다시 잠들려 노력하는 대신 거실로 나와 어둑신한 실내와 비슷한 숲이 보이는 창가로 가 섰다
멀리 도로의 신호등은 모두 점등으로 깜박거리고 있으니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처럼 보인다
숲엔 유난히 창백해 보이는 가로등이 산책로를 비추고 있다
아, 그믐달이 보인다
부지런한 사람과 도둑들만 볼 수 있다는 그믐달이 짙은 주황빛으로 새초롬하니 떠 있다
새들은
아직 여명도 비추이지 않은 어스름한 빛 속에서 이미 소란스레 숲을 깨우기 시작했다
강렬한 소프라노 고음은 어느새 목소리일까
오래전 보았던 숲에서 튀어 오르듯 퐁퐁 솟아나던 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식탁의자를 창으로 가져가 앉았다
아직 소리만 요란하지 나무들의 흔들림은 없다
책을 펼쳐 들었다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 2시간을 내리읽었다
여명이 번진 숲에선 하얀 밤꽃이 얼룩처럼 보이고 강렬했던 가로등빛은 힘이 빠져있다
주황빛 그믐달도 테두리만 남기고 이제 빛을 잃어간다
동쪽하늘에서 이른 새벽에만 잠깐 볼 수 있는 달이라 하더니 정말 빠르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책에 빠져있는 사이 어쩌면 퐁퐁 솟는 새들의 군무는 놓쳤는지 모른다
또 다른 잠 못 드는 새벽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5시가 넘으니 멀리 큰 도로엔 간간히 눈을 비비며 달리는 차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이제 하품이 나온다
눈을 좀 붙이고 하루를 정식으로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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