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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김동인] 작품해설

작성자레오(조-샘)|작성시간10.07.17|조회수4,463 목록 댓글 0

태형(笞刑)

 

▣ 작가 : 김동인(1900~1951)

배경 : 3·1 운동 직후의 무더운 여름철 감방 안.

문체 : 1인칭 시점이면서도 객관성, 사실성을 지닌 문체. 간결한 호흡의 문장 표현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자신의 안일만을 생각하는 인간의 비정함 고발

인물 분석

◊ 나 : 이기적이고 비정하나, 자신의 안일(安逸)만을 위해 노인을 태형장으로 보낸 후, 태형장으로 내쫓긴 노인의 비명을 들으며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는 인물.

◊ 노인(영감) : 태형을 받지 않으려 공소(항소)하나 다른 죄수들로부터 소외되어 질시(疾視)의 눈을 이기지 못하여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태형을 고통을 당하고 죽음.

◊ 여러 죄수들 : 이기적이고 비정함.

 

줄거리

[1] 3.1 운동 직후, 무더운 여름, 다섯 평도 안 되는 미결수 감방, 밀폐된 공간에 사십여 명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가운데 '내'가 절실히 바라는 것은 조국의 독립, 민족 자결, 자유가 아니다. 냉수 한 그릇과 맑은 공기를 희구하며 공판 날만 기다린다. 엉덩이 종기를 핑계로 진찰실에 가서 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날, ‘영원영감’이 태형 구십대 형을 받고 죽을 수 없어 공소(항고)를 했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한 패가 되어 “당신이 나가면 자리가 넓어질 것이고, 아들 둘이 총 맞아 죽었는데 당신 혼자 살아서 무엇하겠느냐?”고 하며, 사흘 후면 담배도 먹고 바람도 쏘일 테니 공소를 취하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영감이 태형을 받으러 가자 이기심으로 가득 찬 ‘나’ 다른 사람들은 자리가 조금이라도 넓어졌다는 생각에 기쁜 빛을 감추지 못한다.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즐거워하던 ‘나’는 태 맞는 사람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에 이어 ‘영원 영감’의 태 맞으며 죽어 가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칠십 줄에 든 늙은이가 태 맞구 살길 바라갔소? 난 아무케 되든 노형들이나....”라는 영원 영감의 말을 떠올리며, 그를 죽음으로 내쫓은 양심의 가책으로 머리를 숙이고, 굳이 외면하고자 닫힌 눈에 눈물을 보인다.

[2] 잠도 교대로 누워서 자야만 되는 다섯 평이 좀 못되는 비좁은 감옥 속에 미결수로서 판결을 기다리는 나는 극심한 여름의 더위가 겹친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감옥에는 나를 비롯하여 마흔 한 명의 죄수가 있는데 잠도 교대로 자야 한다. 심지어는 자지 않고 서 있기로 한 죄수들도 서 있는 채로 잠들기도 하고 변기 위에 앉아 있던 사람도 졸다가 변기 위로 떨어진 그대로 자기도 한다. 이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공판을 기다린다.

한 노인이 태형 90대의 판결을 받고 이를 항소하자, 나를 비롯하여 같이 있던 죄수들이 자리가 좀 넓어진다는 이유를 들면서 노인의 행동을 비난한다. 사실, 노인에게는 태형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가혹한 것이었다. 아들도 죽었는데 노인 혼자 살면 무엇하냐고, 노망이 났다고 노인을 비난하자 결국, 노인은 굴복하여 공소를 취하하고 태형에 처해진다. 태형 당하는 노인의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그만 평안함을 위해 노인을 내보낸 자신의 이기심과 비정함을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감상의 길잡이


[1]이 작품은 훗날 발표하는 [감자]와 함께 환경이 인간의 윤리 의식을 박탈해 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의 기록이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여 살아가는 죄수들을 설정해 놓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즉, 환경 결정론적 인간의 본성을 그린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조그만 편함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인간들을 설정하여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질문을 제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는 가를 우리에게 고발하는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나는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나타낸다. 이는 작가의 ‘환경 결정론’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 작품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감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독립 만세를 부르다가 잡혀 온 사람들이어서 작가가 일제에 대하여 마음 속으로나마 항거한 흔적을 찾게 한다.


[2]‘태형(笞刑)’은 1922년 12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3회에 걸쳐 <동명(東明)>에 연재된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옥중기의 일절」이라는 부제(副題)처럼 3․1 운동시의 옥중기(獄中記)라 하겠다.

감옥이라는 극한 상황 ―정상적인 인간의 생활 모습은 찾아볼 수도 허용되지도 않는 공간에 놓인 인간들의 언행을 통해, 인간성의 부정적인 한 측면을 명료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더운 여름날 좁은 감방에서 한 사람이라도 없어져서 공간이 조금이나마 넓어지는 것만큼 다행스러운 일은 없다. 그래서 태형(笞刑) 받기 싫어서 공소(公訴)를 한 노인을 매도(罵倒)하여 태형장으로 내몰고, ‘나’는 노인의 태형 맞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노인이 받게 되는 태형과 감옥의 극한적 상황이 긴장감을 이루는 가운데, 인간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보여 줄 수 있는 추한 이기심(利己心), 도덕이나 양심을 포기해 버리고 오로지 충동적인 욕구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감옥’이라는 실제적이요, 다분히 상징적인 상황에 놓이게 될 때, 평소의 겸양․덕성․예절로부터 벗어나 그 심성이 얼마나 왜소해지고 추해질 수 있는가 하는 인간의 비극적 진실을 진단해 본 작품이라 하겠다.


# 김동인의 자연주의 소설

'감자'는 '태형, 명문'과 함께 김동인의 자연주의적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연주의적 문학론이란 인간의 운명은 환경에 따라 지배된다는 사실을 문학을 통해 형상화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현실의 참혹하고 추악한 모습을 그대로 제시하고 인간의 추악한 측면을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인간 존엄성이 상실된 삶을 그 중심 문제로 삼고 있다.

특히 '감자'는 자연주의 소설의 주요 관점인 '환경 결정론'에 따라 생활 환경에 의해 윤리적 파탄과 인생관의 변화를 가져온 '복녀'가 끝내 환경적 갈등의 희생물이 되고 마는 비극적 인간의 한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 준다. 여기에서의 생활 환경은 일제 강점하의 궁핍한 사회 현실이다. '감자'는 그러한 사회 현실의 저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데 특징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현실, 즉 외부 환경으로 인해 복녀의 비극적인 삶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복녀는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얌전한 여인이었으나 그의 환경의 변화로 본인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 없이 빈민굴로 전락하여 끝내는 매춘녀로 타락하는 입체적 인물의 전형이다. 자신의 행동에 어떤 죄의식도 없이, 몸을 팔아 번 돈을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복녀나, 아내의 죽음을 30원과 맞바꾸는 남편은 윤리나 도덕에 대한 의식이 없다. 그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그저 무기력하게 따라갈 뿐이다.

결국 환경에 끌려가던 복녀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고, 이 죽음은 세 남자의 음모에 의해 왜곡된다. 윤리의 통제가 없는 환경에서 인간은 도덕적인 파멸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점이 '감자'를 작가의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전형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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