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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손님과 어머니 [주요섭] 작품 해설

작성자레오|작성시간10.07.18|조회수12,682 목록 댓글 0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줄거리

- 나(옥희)는 여섯 살 난 딸애이다. 과부인 어머니와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 이렇게 셋이서 단란하게 살아간다.

사랑채에 아버지의 친구가 큰외삼촌의 소개로 하숙을 들 게 된다. 나는 매우 기뻐한다.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바람에 나도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놀러갈 수 있어 좋았다. 어제 어머니한테 잘못한 것을 사과하려고 유치원에서 몰래 꽃을 가져와서는 그만 아저씨가 주었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이른다. 지금까지 한 번도 타지 않던 풍금을 오늘따라 연주하며 줄줄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너 하나면 된다고 말한다.

아저씨가 준 봉투를 어머니께 드리니 어머니는 어쩔 줄을 모른다. 내가 밥값이라고 말하자 약간 웃음을 머금었다가 다시 안에서 무엇을 꺼내 보고는 입술이 바르르 떤다. 그 날 밤 자다 깨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입던 옷가지를 매만지면서 혼자 기도 같은 걸 하고 있다. 잠자리에 들면서 기도할 때도 역시 어머니는 더듬거리기만 한다.

 

- 어느 날, 어머니가 아저씨에게 손수건을 갖다 드리라고 한다. 그 속에 무슨 종이 같은 게 들었는데, 아저씨는 그걸 받고는 얼굴이 파래진다. 어머니는 구슬픈 곡조의 풍금을 타신다.

여러 날 뒤, 아저씨는 짐을 챙겨 떠난다. 다시 오느냐는 나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있는 달걀을 모두 삶아 아저씨에게 전하라고 한다. 오후에 산에 올라가 아저씨가 탄 기차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기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본다.

산에서 내려온 후 어머니는 지금까지 열어 두었던 풍금을 닫고 쇠를 채우고, 내가 준 꽃을 끼워 두었던 찬송가책에서 꽃송이를 꺼내 버리라고 한다. 달걀 아주머니가 오니, '인젠 우리 달걀 안 사요. 달걀 먹는 이가 없어요.' 한다.

 

◐작품의 구성 ※ 평면적 순행 구성

① 발단 : 어머니와 '나'가 살고 있는 집에 아저씨가 하숙을 든다.

② 전개 : '나'는 아저씨와 친해진다. 좋은 반찬과 달걀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

③ 위기 : 어머니에게 아저씨는 관심을 가지지만 어머니는 항상 떨리는 모습이다.

④ 절정 : '나'가 거짓말로 준 꽃으로 인해 어머니는 마음이 흔들린다.

⑤ 결말 :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아저씨는 떠나고, 어머니는 마른 꽃을 '나'에게 주며 갖다 버리라고 함.

 

 

■요점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애정소설, 휴머니즘 소설

* 배경 : 예배당과 유치원과 학교가 있는 어느 조그만 소도시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문체: 섬세한 여성적 문체.(경어체, 구어체)

* 표현상 특징

-예술적 향취와 자연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서정적이고 사실주의적 문체,

-여성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남.

-인간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

 

* 갈등구조 : 순종과 억압이라는 인습과 자유로운 사랑의 감정과의 갈등

 

* 주제 : 애정과 봉건적 윤리관 사이의 갈등. 인습과 기성 윤리에 얽매여 이루어지지 못하는 '어머니'와 '사랑 손님' 사이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

 

◐등장 인물

① 나(박옥희) → 이 소설의 화자. 어머니와 사랑 손님 사이의 이야기를 단순한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사건 진행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들려준다.

② 어머니 → 순종과 억압의 폐쇄사회에서 자유의 개방사회로 가는 과도기적 인간상을 보여주는 인물

③ 사랑 손님 → 옥희 아버지의 옛 친구로 옥희 어머니에게 연정을 품지만, 얼마 후 떠난다.

 

 

▣이해와 감상

- 이 소설은 작가 주요섭이 초기의 신경향파적인 경향으로부터 탈피하여 쓴 서정성이 강한 휴머니즘 소설이다. 자연주의적 경향과 리얼리즘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서로간에 나누는 절제의 미학과 함께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유교적인 인습에 대한 고발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소녀의 눈에 여과된 삶의 일면이 독자에게 다가가, 동화적 순수와 신비성으로 이 소설의 사건 상황은 전개되고, 이로 인해 한국적 삶의 한 단면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 한국적 삶의 단면이란, 보편적 사랑의 감정을 처리하는 한국적 문화의 특징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애욕의 감정을 속으로 감추어 내면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우리 정신의 전통인 것이다.

 

- '어린아이의 눈(입)'으로 바라본 세계를 구상화한 것이 이 작품이라 하겠는데, 작가는 옥희의 입을 빌려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인데, 초점은 사랑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어린 소녀를 내레이터로 삼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다. 즉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 손님의 사랑을 순수하고도 격조 높은 것으로 드러내려는 의도의 반영인 것이다. 젊은 과부인 어머니에게 아저씨의 등장은 분명 이성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교양있고 정숙한 어머니는 새롭게 생성되는 애정에 갈등하며 흔들림을 경험하지만, 결국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애욕의 감정보다는 도덕감 내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같은 의식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정신주의는 도덕적 의무감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품격과 같은 아름다움의 차원이다.

 

- 어머니의 감정의 흐름을 나타내는 객관적 상관물이 또한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꽃, 풍금, 달걀, 흰봉투, 손수건 등의 소재가 그것이다. 꽃에 대해 보여주는 어머니의 태도는 어머니의 내면풍경과 일치한다. 아저씨의 호의에 놀라게 되고, 그 호의 내지는 사랑을 계속 간직하다가 마침내 그 감정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풍금도 마찬가지다. 한번도 치지 않던 풍금을 연주하는데 풍금의 선율은 구슬픈 곡조로 연주된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 새롭게 자라나는 연애 감정이 풍금의 연주로 간접화되는 것이다. 사랑 손님이 떠나자 풍금에 쇠를 채워 버린다. 풍금은 사랑의 감정을 상징화하는 사물인 것이다. 달걀도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일조한다. 달걀을 많이 사다가 종국엔 사는 일을 중단한다. 달걀을 먹을 사람이 없다고 달걀 장수를 돌려 보내며 쓸쓸해 하는 것으로 마무리함으로써,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봉투와 손수건도 사랑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물들이다. 봉투와 손수건은 그 색깔이 하얗다는 점에서 대단히 상징적인데, 어머니와 손님의 직접적 만남은 없이 오고 가는 것은 옥희와 봉투와 손수건이었다. 하나같이 깨끗하고 순결한 이미지를 주는 것들이다.

 

- 옥희라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 손님과의 사랑, 미묘한 애정 심리를 기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시각을 사용하여 참신하고, 산뜻한 미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랑과 윤리, 즉 기존 관습과 마음 속 사랑의 갈등이라는 평범한 주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순박한 화법으로 서술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아마 이런 시점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평자들은 이 작품을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표본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은 화자가 어린 아이이므로 서술의 대상과 범위가 제한되어 사상과 주제 의식을 담기가 어렵다.

흔히 이런 시점을 '신빙성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라고 하는데, 신빙성 없는 화자란 등장 인물 중 하나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그의 미성숙 내지는 무교양으로 인해 사건을 잘못 파악, 서술하기 때문에 독자가 전체 상황을 수집하여 올바른 판단을 해야하는 경우의 화자를 말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화자가 당연히 몰라야 할 상황에서 "모르겠다."라는 화자의 말을 자주 사용하여 은연중에 작품에 개입하면서 예술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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