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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황석영] 작품 해설

작성자레오|작성시간10.08.13|조회수15,445 목록 댓글 0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 줄거리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는 '영달'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쳐 나온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씨를 만나 동행이 된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목공·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고 출옥하여 영달이처럼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던 노동자인데, 그는 영달이와는 달리 정착을 위해 고향인 삼포(森浦)로 향하는 길이다.

그들은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백화'라는 색시가 도망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집 주인으로부터 그녀를 잡아오면 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들은 감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가던 중에 도망친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지만 열여덟에 가출해서 수많은 술집을 전전해서인지 삼십이 훨씬 넘은 여자처럼 늙어 보이는 작부였다. 그들은 그녀의 신세가 측은하게 느껴져 동행이 된다.

그들은 눈이 쌓인 산골길을 함께 가다가 길가의 폐가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인다. 백화는 영달에게 호감을 느껴 그것을 표현하지만 영달은 무뚝뚝하게 응대한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선다. 눈길을 걷다가 백화가 발을 다쳐 걷지 못하게 되자 영달이 백화를 업는다. 일곱 시쯤에 감천 읍내에 도착한다.

역에 도착하자 백화는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비상금을 모두 털어 백화에게 차표와 요깃거리를 사준다.

- 백화가 떠난 후 영달과 정氏는 삼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삼포에도 공사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달이는 일자리가 생겨 반가웠지만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마음의 정처(定處)를 잃어버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달과 정씨는 입장이 바뀐 것이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하여 달려간다.

 

● 구성

* 발단 : 정처 없이 길을 나선 영달이 삼포로 가는 정씨를 만나 동행이 된다.

* 전개 : 삼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월출로 향해 가던 중 백화를 만나 동행이 된다.

* 절정 : 백화가 영달에게 호감을 느껴 자기 고향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이에 응하지 않는다.

* 결말 : 삼포에도 공사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는다.

 

● 작품 결말부의 처리 : 여운을 남기며 종결하는 방법.

- '기차가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작중 인물의 삶이 떠돌이 삶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줌)

*[참고] 이청준 소설 <선학동나그네>의 대단원 종결부 처리도 이와 비슷함

- 사내가 다시 눈을 들어 보았을 때, 길손의 모습이 사라지고 푸르름만 무심히 비껴 흐르고 있는 고갯마루 위로 언제부턴가 백학 한 마리가 문득 날개를 펴고 솟아올라 빈하늘을 하염없이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 요점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

* 성격 : 사실주의

* 배경 : 시간-70년대 공간-공사장에서 고향인 삼포로 가는 여정

*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의 특징

-간결한 문장을 주로 사용하여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말끝을 흐리는 방법으로 감정 표현에 여운을 두고 있다.

-주로 대화나 행동 묘사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간단한 대화를 위주로 하여 내용을 압축하고 표현하고 있다.

* 주제 :

①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아다니는 뜨내기 인생의 애환.

② 산업화로 인한 민중들의 궁핍한 삶, 따뜻한 인정과 연대(連帶) 의식.

 

● 인물

*정씨(氏)' : 출옥(出獄)한 후 고향인 삼포(森浦)를 찾아가고 있는 인물. 막노동자. 결말부에서 떠돌이 신세가 됨. 생각이 깊고 인정이 있음.

*노영달 : 착암기 기술자. 공사판을 찾아 돌아다니는 뜨내기 막노동자. 한때 술집 작부와 동거 생활. 행동과 말은 거칠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

*백화 : 군인 부대가 있는 작은 시골 마을 술집에서 도망친 작부. 18세에 가출하여 군부대 주변의 술집을 4년여간 전전하며 군인들에게 몸을 팔았던 인물.

 

● 상징성

*‘삼포’란?

-가공의 지명이며 떠도는 자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산업화로 고장의 성격이 바뀐 농어촌

-정씨의 안식처: 개발 과정을 통해 이제 더 이상 고향의 포근함을 잃고, 삭막한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의 고향(결국 정신적인 안식처를 잃어버림).

 

● 시대의 전형성(1970년대)

-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 상황의 황폐함, 궁핍함은 영달과 정씨로 대표되는 부랑노무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며 시대의 전형성을 획득하게 된다.

 

● 핵심 구절

-본명은요 이점례예요 :' 가명(假名)'과 '본명(本名)'은 '허위'와 '진실'의 의미가 있다. 자기 본명을 일러 주는 것은 상대에 대해 자기 본심을 터놓고 있다는 것이다.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 이 대사는 작품 전체의 주제와 관련지어 볼 때 암시성이 매우 강한 대목이다. 즉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정착을 하지 못하고 유랑 생활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사람이 많아지만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 산업화(개발)로 인해 사람들의 인심이 날로 황폐화해감을 의미하고 있다.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 정씨 역시 영달과 마찬가지로 뿌리를 잃은 유랑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 이 작품의 배경은 눈빛 곧 무채색에서 시작해서 점차 어두워져 완전히 어둠으로 이르는데, 이는 절망적 성격이 점점 짙어가는 작품 분위기 변화와 일치하는 배경이다. 그 상징적 의미는 현재는 물론 미래도 절망적이고 암울할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목적지가 없는 막연한 지향(유랑)을 암시하기도 한다.

 

 

● 감상과 이해

- 1973년 <신동아>에 발표된 단편 소설.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제목 속의 '삼포(森浦)'는 가공의 지명이지만 떠도는 자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 1970년대 산업 사회는 경제적 발달을 가져다 주었지만, 농어촌의 해체(공동체적 삶의 파 괴)와 그로 인한 떠돌이 생활, 도농 간의 심한 격차 등 여러 문제점도 유발되었다. 이 작품은 산업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작중에서 일터를 찾아가는 막노동자 노영달, 감옥에서 갓 나와 귀향하는 정씨, 돈을 훔쳐 달아나는 술집 작부(酌婦) 백화, 이 세 사람은 근대화에 떠밀려 고향을 등진 채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사람들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다. 그 중 정씨만은 아름다운 어촌 고향 마을이 마음 속에 남아 있지만 귀향 기차를 타기 전 관광지 개발로 옛모습을 깡그리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듣고 나머지 두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만다.

 

- 이런 의미에서 {삼포(森浦) 가는 길}은 1970년대 산업화가 초래한 고향 상실의 아픔을 형상화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영달'과 '정氏' 같은 부랑 노무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 '정氏'에게는 이제 그 옛날의 아름다운 삼포(森浦)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육지로 연결된 삼포는,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산업화 된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삼포는 그에게 있어 오랜 부랑 생활을 끝내고 안주할 수 있는 곳, 곧 정신의 안주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氏'에게 있어서 삼포(森浦)의 상실은 곧 정신적 고향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 순간 '정氏'는 '영달'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부랑자가 되고 만다.

 

- 특히,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그토록 그리던 '정氏'의 고향 삼포(森浦)가 개발 사업으로 인해 송두리째 사라진 사실을 통하여 부랑 노무자의 비애가 밀도 있게 그려진다. 작품의 결말부에서 등장 인물들은 순수한 애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처지가 된다. 이것은 산업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민중의 연대 의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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