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단지 - 김정한
■ 핵심정리
◉ 주제 :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순박한 민중의 수난
◉ 배경 : 분단 직후 낙동강을 낀 나루 마을
◉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
◉ 특징
이 작품은 순박한 일가족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 대립에 의해 희생되는가를 사실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분단 상황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모순이 분단 시대 특유의 병폐와 결합되어 여전히 이 땅의 곳곳에 조직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희생자는 다름 아닌 순박한 민중들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 발표 : 《월간중앙》25(1970년 4월)
■ 작품의 줄거리 - 인간단지
작품의 역사적 배경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이른바 남한에 분단정부가 세워진 뒤의 상황이다. 작품이 주인공 우중신 노인은 본디 밥술이라도 먹는 집 자식으로 그 당시로 말하면 고등 교육기관인 중학을 진학하면서 문학을 지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학을 마치기도 전에 집안의 강권에 못이겨 요샛말로 하면 사랑놀이도 한번 거치질 못하고 장가부터 들게 되고 이어서 그렇게 맺어진 아내하고는 잠자리 한번 안 해보고 일본유학을 하는 동안 사건이 벌어진다. 우중신 노인의 아내 복돌이의 시집살이는 여간 만만치가 않았다. 시에미의 닥달도 닥달이지만 노상 사랑방에 누었는 시할아버지라는 것은 문둥병환자라, 복돌이의 시집살이는 그 문둥병환자를 돌보는 일인데도 복돌이의 정성이 그렇게 갸륵할 수가 없다. 하지만 문둥병을 돌보는 복돌이가 끝내 문둥병에 걸리게 되자 시집이라는 봉건적 가족주의의 거짓됨은 한 여인의 정성과 순종의 등불을 여지없이 뒤엎고 만다. 복돌이를 내쫓은 것이다. 이러한 사정도 모르고 일본에 유학중인 우중신 노인은 그의 지망인 문학공부를 해볼 겨를도 없이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된다. 말하자면 우중신 노인의 아내는 우중신 노인의 집안의 학대를 이겨낸 보람도 없이 그 당시로 말하면 불치의 병인 문둥병을 얻게 되고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람 사는 세상에서 쫓겨나는 반면, 그 복돌이의 남편인 우중신 노인은 그러한 내부모순을 안고는 있지만 일제로부너 짓밝힌 사람 사는 세상 다시 말해 조국의 해방을 쟁취하고자 작가의 말을 빌리면 힝일제 경찰서를 사랑방 드나들드키 하는 것으로 우중신 노인의 인간적 발전을 그리고 있다.
우중신 노인의 발전은 이에 그치질 않는다. 일제를 무너뜨리고 8.15해방을 쟁취한 뒤 조국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깜짝 놀라 수소문을 해보니 그 맑고 건강하던 복돌이가 문둥병 수용소에 있다는 것을 안 우중신 노인은 해방조국을 어떠어떠하게 세우겠다는 생각도 또 문학을 해보겠다는 뜻도 새겨볼 겨를도 없이 백방으로 문둥병 수용소를 뒤진 끝에 그 복돌이를 만난다. 그리고 이미 병세가 심각하여 몸이 기울어진 복돌이를 문둥병 수용소에서 끄집어 내 깊숙한 산비탈에 오두막을 세우고는 거기서 처음으로 신혼 살림을 차린다. 우중신 노인과 같이 살던 아내는 마침내 죽고 그 때문에 우중신 노인이 문둥병에 걸리고 또 이로 말미암아 우중신 노인이 해방 조국에서 어엿한 일거리를 맡는 것이 아니라 한 병자로써 문둥병 수용소에 들게 된다. 더구나 우중신 노인이 들어 있는 수용소는 그냥 문둥병 수용소가 아니었다. 수용소 책임자 박원장이란 사람이야말로 몸도 병들고 마음보도 병든 부정부패분자, 이 때문에 수용소 자유원이란 가련한 사람들의 재활원이 아니라 도리어 박원장의 돈벌이 소굴이 되고 있는데 대해 우중신 노인이 앞장서서 박원장의 지배체재와 싸운다. 박원장과 싸우던 우중신 노인은 환자들과 함께 몰래 수용소를 탈출하여 외진 산골에다 문둥이의 공화국 이른바 인간단지를 만들었다가 문둥이와는 같이 살수 없다는 동네 사람들의 습격을 우중신 노인은 죽고 또는 더러는 정처없이 달아나 결국 인간단지는 파탄나고 마는 결말을 맞이한다.
■ 작가소개
호 : 요산(樂山) 김정한
활동분야 : 소설
출생지 : 경남 동래
주요수상 : 한국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주요작품 : 《낙일홍》 《인간단지》
김정한은 3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억압받는 사람들의 저항과 삶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온 작가로 손꼽힌다. 즉 ‘사하촌(寺下村)’을 비롯하여 ‘모래톱 이야기’,‘수라도’,‘인간단지(人間團地)’ 등을 통해 현실의 모순적 상황과 당대 피억압 계층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었던 것이다. 특히 ‘뒷기미 나루’(1969)는 나루터에서 비교적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춘식 일가족이 민족 분단이 초래한 이데올로기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철저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다른 그의 작품과 함께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모순이 분단 시대 특유의 병폐와 결합되어 여전히 이 땅의 곳곳에 조직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희생자는 순박한 민중들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호 요산(樂山), 경남 동래 출생이다. 어려서 한학을 배웠고, 1928년 동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대원보통학교에 재직하던 중 조선인교원동맹을 조직하려다 검거되었다. 1929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부속 제일고등학원 문과에 입학해 수학했으며, 1931년 조선유학생 학우회에서 펴낸 《학지광》의 편집을 맡았다. 1936년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후 《항진기》 《기로》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민중을 선동하는 요주의 작가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고문과 1987년 그 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초대 의장을 맡았다. 한국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낙일홍》 《인간단지》 《수라도․인간단지》 《삼별초》 등이 있다.
■ 작품의 이해와 감상
반인간적이며 반사회적․반민족적인 상황에 대한 문학적 저항의 압권이라 할 이 작품은 나환자 수용소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유원(自由園) 원장 박성일의 비행을 보다 못해 우중신 노인을 비롯한 나환자 2백여 명이 박원장의 부정 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진정서를 당국에 내어 그의 처벌을 호소함으로써 문제는 야기된다. 부랑아 수양소인 희망원 청년들의 격분을 산 것은 물론이지만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우중신 노인은 자칭 애국 사업가를 용납할 수 없어 끝까지 버틴다.
그러나 우노인 일행은 국립나환자 수용소에 감금되는 몸이 된다. 세도가의 행패에 몰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우노인은 고군분투의 길을 걸어왔건만, 가정적인 불운 속에서 아내가 문둥병을 앓게 되고, 그 역시 환자가 되었다. 박원장의 비인도적인 처사에서 가까스로 풀려난 우노인은 정치지배를 받지 않는 새로운 공화국 '인간단지'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필생의 소원을 성취한 듯했으나 이웃 부락민들의 습격에 일대 난투극이 벌어진다. 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복지사회를 모색해본 민중의지의 항장(抗章)이라 할 만하다.
타계한 요산 김정한씨는 70년대 민족문학의 토양을 마련하는 데 중심축 구실을 한 민족문학계의 원로 소설가다. 올해 미수이자 등단 60돌을 맞은 요산은 지난 15일 후배 문인들이 마련한 `김정한 선생 문학 60주년' 기념식을 받고 그 대쪽 같은 인생을 마감했다. 가쁜 호흡을 고르며 생의 마지막을 자서전 쓰기에 바쳐 온 요산은 마치 죽음을 내다본 듯 내 생전에 책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었다.
1908년 지금은 부산시로 편입된 경남 동래군 북면에서 태어난 요산은 <낙동강의 파수꾼>이란 자신의 산문집 제목이 이르듯, 평생을 낙동강변을 떠나지 않았다. 1936년 일제와 토착지주의 수탈로 핍박받는 민중들을 그린 소설 <사하촌>으로 등단한 요산은 식민시대 농민문학의 전범으로 평가 받은 이 작품의 정신을 일생 견지했다. 영리사업체로 변한 나환자수용소를 그린 <인간단지>, 홍수와 부재지주의 횡포에 저항하는 낙동강 사람들을 다룬 <모래톱 이야기> 등 요산의 문학세계는 사실주의에 철저한 `저항문학', 세상을 향해 외치는 `발성의 문학'이었다.
요산은 낙동강뿐 아니라 또한 `시대의 파수꾼'이었다. 일제시대와 군부 독재시대를 거치며 늘 진보적 문인이자 지식인으로서 현실을 지켜본 그는 일제 말기인 40년 절필, 61년 5.16쿠데타 뒤 부산대 교수 해직 등 굴곡 많은 현대사를 비판의 정신으로 지켜본 뒤, 이제 눈을 감았다. 평생을 천대받고 고통 받는 이들 편에 서 있다고 말하던 한 시대의 양심이 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