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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개성 충만한 어느 신사.

작성자박점분(55회)|작성시간26.06.16|조회수26 목록 댓글 0

전철을 타면 우리는 의례히 경로석에 자리를 잡는다.
경로석이 어디인가하면 전철이 서는 곳 밑바닥 번호가 ~4,이나
~1 번이다. 예를 들면 3-4 와 4-1
번이 세개 또는 두개의 좌석이 있는 전철의 끝자리와 다음칸 첫번째 자리를 말한다. 전철이 대개 열량이 연결되어 있으니 경로석은 어림잡아18개는 되겠으나 그걸 숫자로 확인해 보진 않았다.
여러 사람이 주욱 앉는 자리는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경로석에 앉아야 마음이 편하다.
경춘선이나 경의 중앙선을 타다보면 경로석은 대개 만석이다. 때로는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가운데 좌석에 젊은이들과 섞여 앉아 있는 광경이 눈에 띄게도 된다.
아무래도 젊은이들과 달리 옷차림도 수수하기 마련인데 어느 날 전철에서 나는 아주 독특한 신을 신은 사람이 계속 나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청량리역에서 많은 인파에 섞여 그 사람이 내리는 바람에 나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볼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경로석에서 그 쪽으로 시선이 계속 쏠리는데 나의 호기심이라면
그 좌석으로 옮겨 앉아 말을 걸어 보기라도 하련만 내 옆에는 남편이 앉아 있어서 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참으로 유감천만이었다.
그 신발의 주인공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머리는 검지만 젊다고 볼 수는 없고 내가 보기에는 50중후반 아니면 60을 갓 넘어 보인다. 베이지색 바지에 오른발과 왼발이 완전히 다른 검정색과 주황색 반앵클 부츠인 것 같다. 발등을 전체로 덮었는데 그 신발이 한 셋트인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점이라면 신발바닥의 검정색과 주황색의 조화를 이룬 특이한 굽에서 특색이 살아 날 뿐이다. 요즈음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다곤 하지만
운동화가 저렇게 짝짝이이고 그걸 젊은 이도 아니고 중후반의 나이 든 사람이 신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나의 흥미를 끌었다.
급기야는 스마트폰을 꺼내 초상권이 침해되지 않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일상의 나날에서 재미있는 건수를
하나 잡았다고 혼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그 사람은 남자였고 나는 경로석에 앉은 할매였으니 그 사람에게 운동화를 화제로 이야기를 걸어 볼 수도 없었고 애꿎게 나이키 짝짝이 운동화를 검색해 보아도 그것과 같은 상품은 찾아내질 못했다.


아무튼 전철 속에서 이 더운 계절에 흥미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고는 내 머리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즐거운 상상에 한번
빠져 들어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나도 흰머리를 카바하느라고
미장원에서 권하는 독특한 머리색을 하고 다녀서 머리색이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날 문득 개성이 강한 사람을 만나면 그날 하루는 공연히 선물을 받는 기분이랄까?
하루가 즐거워지는 것이다.

전철의 다양한 신발

내가 신은 운동화는 뒤축을 접어서 신도록 한 운동화이다.
이것도 새로운 발상으로 만들어 진 편리한 신발이지만 많은 신발 중에 그 신사가 신은 운동화는 유독 돋보인다.
이 시대는 개성이 충만한 시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산업사회이다. 새로운 모델이 꾸준히 생산 되어지고 누군가에 의해서 그것이 소비 되어지고 있다.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늘 각광받는 세상이다. 어떠한 상품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그 물건에는 언제나 주인이 있기 마련이다.
21세기의 시대 양상이다.
물론 열린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현상이다.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개성이 존중받고 개인의 인격이 존중 받기 때문에 가능한 세상이다.
획일적이고 억눌린 사회에서는
꿈도 꾸어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아무도 그 사람이 신은 신발에 대하여 참견하지도 않고 시비꺼리로 삼아 웃지도 않는다.
그 사람의 개성이고 그 사람의 멋대로 선택한 그의 의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묵시적 존중이라고나 할까?
만약에 닫힌 사회, 통제적인 사회라면 당장에 그런 복장의 차림이라면 그 신발은 강제적으로 벗겨지게 되겠지만 그런 사회를 살아 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겠다.
자유의 활달한 기분을 만끽하고 달려 가는 전철의 차창 밖으로 시원한 한강변의 풍경이 나타난다. 옥수역을 지나는가 보다. 곧 나도 내려야 할 정거장이
가까워 진다.
자유로운 저녁의 한강 공원에 부는 바람은 얼마나 싱그러울까? 무심하지만 익숙한
자유의 냄새, 그 냄새를 향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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