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무렵 귀가하는데 골목에 김치찌개 냄새가 진동했다. 어느 집인지 모르지만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혹시 우리 집에서 나는 것인가 추측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코를 자극한 김치찌개 냄새가 집안까지 따라오는 듯했다.
아내에게 골목에서 풍기는 김치찌개를 이야기했더니 내가 김치찌개를 먹고 싶은 것 같다며 한번 만들어 먹자고 말했다. 아내는 다음날 시장에서 돼지등뼈를 사 왔다. 김치찌개 중에서도 '돼지등뼈 김치찌개'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김치찌개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날 위해 음식을 특별히 장만하는 것이 새삼 고마웠다.
▲식탁에 올린 '돼지등뼈 김치찌개' ⓒ 이혁진관련사진보기
김치찌개의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김치찌개를 준비할 때 식구들에게 의향을 묻는다. 김치찌개를 나처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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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들이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찌개다. 나는 김치찌개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은근한 불에 오래 끓인다. 비법은 찌개가 한번 끓으면 이후 가장 약한 불에서 30분 이상 계속 데우는 것이다. 그래야 김치찌개 특유의 맛있는 고기 냄새가 물씬 난다.
내가 유독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 작은집에서의 추억 때문이다. 나는 제대로 된 김치찌개를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작은집에서 먹었다. 그 냄새는 우리 집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 집도 김치로 찌개를 해 먹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멸치 김치찌개'였다.
작은 집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를 넣은 것이 분명했다. 사실 고기도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하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우리 집보다 형편이 나은 작은집에서나 먹을 수 있다고 짐작했다. 작은집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자주 갈 정도였다. 작은어머니도 그걸 알아채고 내가 가면 김치찌개를 부지런히 내놓으셨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김치찌개에 머리를 처박고 먹는 내 모습을 작은어머니는 신기하게 바라보셨다.
어머니는 당연히 내가 작은 집에 가는 걸 말렸다.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어렵사리 구해 김치찌개를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내가 작은 집에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작은어머니의 '최애 음식'이 김치찌개였다. 그리고 작은어머니가 김치찌개에 넣은 것은 살코기가 아니라 '비계'였다. 이를 위해 작은 아버지는 푸줏간에서 별도로 비계만을 샀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은어머니 김치찌개 맛과 냄새의 비밀은 '비계'에 있었던 것이다.
▲'돼지등뼈 김치찌개'를 묵은 김치를 넣어 푹 끓였습니다. ⓒ 이혁진관련사진보기
몇 해 전 김치찌개에 고기 비계만 넣어 끓여 먹는다는 이웃을 보고 반가웠다. 실제 나도 비계가 많이 붙은 돼지고기를 골라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김치찌개는 내 영혼의 음식이다. 아내가 손수 끓인 등뼈 김치찌개도 푹 우려내 맛이 훌륭했다. 먹으면서 어릴 적 작은집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엊그제 옆집에서 풍기던 김치찌개 냄새가 다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