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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타자기

나뭇잎 사라질수록 가로수 그늘이 짙어 보이는 가을

작성자*-별아저씨|작성시간08.11.06|조회수71 목록 댓글 0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작사/작곡 이영훈

노래 이문세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 밑 그 향기 더하는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 향기 더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

 

 

.............................................


 

벌써 작년인가, 아니 올 초인가. 이영훈이란 작곡가가 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서 그의 곡을 많이 받았다는 이문세가 장례식에 가서

섧게 우는 장면이 텔레비젼에 비쳤다. 연예인이 죽었을 때 동료 연예인이

문상 가서 우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보이면 나는 왠지 연출된 장면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요즘 초상집 가서 우는 문상객이 드문 세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문세의 눈물에는 짙은 소금기가 배어 있었다. 아, 이문세가 정말 슬퍼서

울고 있구나. 이문세의 눈물샘에 소금을 가득 쌓아올린 이영훈이란 작곡가는

누굴까. 나는 굳이 이영훈을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을 뒤지는 일은 하지

않겠다. 대신 이영훈이 직접 노랫말을 만들었다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란 노래를 음미해 보겠다.


서막으로 열리는 경쾌한 리듬은  이문세의 쓸쓸한 그림자를 드리운

목소리에 곧 차단된다. 한 남자가 버스 창가에 기대 울고 있다면서.

어찌 버스 창가에만 기대 울겠는가. 소주 두 병에 돼지갈비를 시켜 먹으며

친구들과 왁짜지껄 떠들고 나오다 울컥 식당 담벼락에 얼굴을 파뭍고 울 수도 있다.

가을은 슬픔의 계절이다. 가을 공장은 추억이라는 슬픔을 생산하기에 여념이

없다. 추억은 어느 공산품보다 아름다워서 떠난 사람이 아름답고,

떠난 사람을 추억하는 세상이 아름답다. 바꿔 말하자면 세상은 추억이라는 단어에 스민 소금기 

때문에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뒤에 남겨 놓으리라 예감해서 이영훈은

살아생전 숱하게 이별을 연습했다. 혼자가 아니라

이문세와 함께 했다. 여위어 가는 가로수 사이로 낙엽들을 데리고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이문세의 눈동자에 결로했고, 어느땐 수증기처럼 풀려서

목소리가 되어 입밖으로 나왔다. 그러니 멀어져가는 추억의 공장장 이영훈을 바라보는

이문세의 눈에 어찌 곡진한 눈물이 흐르지 않으랴.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가을이 오면 우리 모두는 추억 공장에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슬픔이라는 공산품을 더 아름답게 포장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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