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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김영하]

작성자*-별아저씨|작성시간08.07.20|조회수614 목록 댓글 0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처치곤란 김영하]
 
처치곤란 김영하 ①  2005/01/28 19:00
 강박증, 일단 누구에겐가 털어놓아라
 
처치곤란 김영하 ②  2005/02/17 21:08 
 남들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사람을 위한 '못 이론'
 
처치곤란 김영하 ③  2005/04/19 18:09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할 때 누구나 '저항'한다. 누구나!
 
처치곤란 김영하 ④  2005/06/03 16:52
사랑과 결혼에서 성공하기 위한 '홈런타자'설과 '신운명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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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김영하 ①


 강박증, 일단 누구에겐가 털어놓아라.

 

 2004년 '검은꽃'으로 동인문학상, '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영하씨가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매일 00:00-02:00)에 출연해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을 통하여 강박증에 관해 논했다.

 

이적 -  다음은..경기도 일산에서 이**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저는 좀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과 끝이
 다 확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김영하님의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고
 소장을 하게 된다면, 김영하님께서 그 전에 쓰신 모든 책들을 다 손에 넣어야
 안정이 된다는 거죠. 무슨 앨범을 산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문제집을 푼다거나,
 뭐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해야한다는 겁니다. 
 제 성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하셨어요. 
 이분께 어떤 것을 권해주고 싶으세요..?

 

김영하 - 어..별로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적 - ( 웃음) 정말 처치곤란인데요.

김영하 - 이 분의 강박이란 것도 다른 증세에 비해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잖아요.
            이런 분들에게는 딱 하나 방법이 있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이런 식의 글 쓰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남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이런 강박적 증세의 예들을 쭈욱 서술하고
            (그런 증세들을) 이런 식으로 널리 알리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이것으로부터 벗어나요.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떤 철학자가 한 얘긴데
            어떤 사람들이 자기문제를 남한테 상담할 때 있잖아요.
            심하면 정신과 의사한테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이렇게 방송에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한테 얘기할 때도 있잖아요. 그것은 그게 재미없어져서 그렇대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강박적인 거 있죠.
            보도블록 금을 안 밟는 거 . 이런 건 남한텐 얘기하지 않거든요.
            그것은 사실상 그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거죠. 재미있는 거예요.

이적 -  쾌감이 있는!

김영하 - 쾌감이 있는 거죠.
            그런데 어떤 순간 '전 왜 그럴까요?' 이렇게 상담을 한다는 것은
            그 놀이가 이젠 좀 재미없어졌다~ 그런 걸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분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볼 때에는 이미 그런 증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래서, 별로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는 얘깁니다.
89.1Mhz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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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김영하 ②


 
남들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사람을 위한 '못 이론'

 

2004년 '검은꽃'으로 동인문학상, '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영하씨가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매일 00:00-02:00)에 출연해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 중, 흥미롭고도 실용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이름하여 못 이론!

 

 다음은 청취자 이모씨가 보내준 고민 사연

"안녕하세요- 디자인과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저는 심히 내성적이거나 하진 않지만 말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편한 사람과 있으면 때에 따라 (말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말을 재밌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 친한 친구들과 있어도
그저 얘기를 들어주는 편입니다.
그러니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등의 일은 정말 어렵죠.
그런데 미대에 3년째 다니다보니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마친 뒤에 항상 학생들과 교수님이 보는 앞에서
제가 디자인한 것을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하는데 저는 그 자리가 너무 어렵습니다.
떨려서 준비한 말을 다 하기가 힘들어요.

교수님께서는, 무대 체질이 아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무대 체질을 부러워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학교는 그렇다 치고
사회 생활에서도 말하는 능력은 중요할 텐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적 : ....라고 물어오셨어요.

김영하 : 고민되시겠어요. 요즘은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해져 가고 있잖아요.
            서점에 나가보면 설득의 기술 같은 넓은 의미의 화술, 

            수사학과 관련한 서적이 많이 나가거든요.
            우리나라가 (설득의 기술과 같은) 걸 강조하지 않던 사회에서
            갑자기 그런 걸 강조하는 사회로 넘어왔다는 걸 알 수 있죠.
            연봉 같은 것도 협상으로 정하잖아요.
            이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고민하시는 분이 많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적 : 네. 맞아요.

김영하 : 일단 서점에 나가셔서 화술에 관련된 책들을 한번쯤 보시는 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리스 시대부터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어요.
            '남한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얘기를 전개할 것인가'
            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 2000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논의들이 있고
            이 논의들에 관한 책들이 있으니까 일단 보시고요,
           "책을 보기가 싫다! 그냥 이 처치곤란 코너를 듣고 해결하고 싶다."
            라는 분이 계시면, (그런 분들) 반드시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적 : (웃음)

김영하 : 책값 무지하게들 아까워하더라고요

이적 : 술값은 진짜 안 아까워하는데.
         사실 골뱅이 한 접시보다 때로는 책이 훨씬 싸잖아요.
         그런데 책값은 참 아까워해요.

김영하 : 제가 생각한 가설 중에 <삼계탕 가설>,
           '책값은 삼계탕 값을 넘지 못한다' 이런 가설이 있어요.

이적 : 오~

김영하 : 실제로 삼계탕이 8천 원 할 때 소설책도 보통 8천 원 했어요.
           소설 아닌 학술서들은 빼고.
           그런데 삼계탕이 6천 원 할 때 소설이 6천 원이었어요.
           요즘 삼계탕이 만원쯤 하거든요. 소설도 드디어 만원이 되어가고 있어요.

이적 : (웃음) 그러니까 그 나라 출판계의 소설 가격을 보려면
         삼계탕 (가격)을 보면 되겠군요

김영하 : 우리나라는 삼계탕 값에 연동되어 있어요. 시세가 그렇습니다.
            하여튼 책들 안 사시는데.
            이분에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들도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거죠.
            이 모양이 보실 때는 남들은 청산유수로 말도 잘한다..생각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돼요.

이적 : 네..

김영하 : 그리고, 앞에 나가서 맨 뒷자리를 보세요.
            그 중 청중 두 명의 머리 사이에 점을 하나 찍어요. 가상의 점을.

이적 : 오호~

김영하 : 그리고 점을 향해 씨익 웃습니다.

이적 : (웃음)

김영하 : 끝날 때까지 그 점을 보고 말씀을 하는 거예요.
            능숙해지면 벽에 가상의 점을 한 두개 정도 더 찍은 다음에,
            그 점들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씀하세요. 그리고 가끔씩 웃습니다.
            이런 심약한 분들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시면 안돼요.
            그러면 마음이 갑자기 흔들립니다.

이적 : 머릿속도 하얘지고~

김영하 :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이 졸고 있다든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든지 그러면 의욕이 없어지죠.
            그러니까 표정이 변치 않는 점 세 개를 만드세요.
            어느 벽이나 보면 못 자국 같은 게 있어요. (그런 걸 이용하세요.)
            그 못은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못은 웃어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고 졸지도 않아요.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이 다 끝나면 못을 향해 한번 씨익 웃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인사 잊지 마시고.

이적 : 오호 (박수 짝짝짝) <못 이론>!
         좋은데요..!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는 말하는데 능수 능란해지겠죠.

김영하 : 그럼요. 또 청중들은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 말을 들으려고 하거든요.
            자신 있게, 웃으면서 말하다보면 청중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자신 있게 청중들을 내려다보면서 얘기하는 단계가 오겠죠.

이적 : 그렇군요.

김영하 : 그 단계가 될 때까지는 못을 보고 연습을 하셔야 해요.

이적 : 자. <못 이론>!
         어떤 효과가 있을지 한번 시도해보시고 저희에게 알려주시길 바랄게요.


89.1Mhz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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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김영하 ③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할 때 누구나 '저항'한다. 누구나!

 

  작가 김영하씨가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매일 00:00-02:00)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금요일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 중,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싶을 경우에 대해 조언했었다.

 

이  적 :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시는 19살 소녀, 이모양입니다.

 

"고민이 생겨버려서 처치곤란을 찾았네요.
다름이 아니라 심각하게 현실 도피를 한다는 겁니다.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면 그걸 맞서서 해결할 생각은 않고
그걸 잊으려고 TV로, 인터넷으로, 게임으로 도망간다는 거지요
물론 도망을 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참을 수 없는 자괴감, 허무함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고치려고 해봤지만 현실에 맞서는 독기는 한 시간 정도 갈 뿐 쉽질 않네요.
도망가고 싶어질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현실에 맞설 용기가 팍팍 생기는 걸까요"
       
김영하 : 현대인 중에 상당히 많은 수가 일시적으로나 아니면 장기적으로나
            이렇게 행동하고 있죠.

이  적 : 현실도피!

김영하 : 뭔가를 많이 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현실 도피를 하는 건데,
            그것을 다른 용어로, 문학계 용어로는 '저항'이라고 합니다.

이  적 : 아, 저항.

김영하 : 그러니까 작가들이 글 쓰기 전에 겪는 일이 그것과 비슷해요.
            글을 써야되는데, 어쩐지 책상이 약간 지저분한 것 같아~
            책상을 치워. 그리고 연필을 깎아야 할 것 같아. 손톱도 조금 지저분한 것 같아.
            방 치워. 너무 피곤해, 그러고 자요. 

이  적 : 그러면 하루가 다 가죠.

김영하 : 그렇죠. 시험 공부 해야돼. 근데 너무 피곤해. 시험공부를 하려다 보니까,
            컴퓨터의 폴더들이 너무 지저분해요. 컴퓨터 파일 정리. 폴더를 정리하고,
            심지어 포맷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포맷하고, 그러면 너무 피곤해. 자는 거죠.
            이것도 일종의 저항이에요.

이  적 : 아하.

김영하 : 그러니까 해야하는 일의 중압감이 너무 커서, 그 일로부터 달아나려고 할 때,
            그러나 그냥 달아나는 것은 너무 자괴감이 크니까,
            뭔가 별 거 아닌 일을 하면서 보내는 거죠.
            심지어 어떤 글을 써야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모은답시고
            몇 주 보내는 거예요. 사실 그 자료는 사용하지도 않죠.
            왜 시험기간 다가오면 복사만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친구는 도곡동 사는데, 자기는 봉천동 살면서 가서 노트 빌려서 복사하고,
            그러느라고 하루가 가요. 그러고 또 (막상 노트는) 보지도 못해.
            해야 하는 일의 중압감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점점 더 정교해져요.
            이 분 같은 경우는 앞으로 나이를 먹어갈수록 저항이 훨씬 세련되어질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막을 수가 없어요.
            방법이 딱 하나 있어요. 학생들한테 글쓰기 가르칠 때 그런 얘기하는데,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 이것이 저항이라는 걸 인정하라는 거예요. 
            아, 이게 지금 내가 숙제를 하기 싫어서 이걸 하는 거구나.

이  적 : 아하

김영하 : 마샤 그레이엄이라고 무용계의 대모 있지 않습니까?
            그 할머니가 아흔 살이 다 되어서 한국에 왔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렸어요. 기자들이 와서 물어봤어요.
            춤을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한 말씀 해주시죠, 한국의 무용학도들에게,
            하니까. (할머니 톤으로) Just do it!

이적 : (웃음) 이게 무슨 광고도 아니고. 
김영하 : 무슨 N사에서 협찬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 톤으로) Just do it! 이러고 갔어요.

이  적 : 팩스로 넣어주시지 그걸.

김영하 : 현대 무용의 대모가, 평생 현대 무용을 개척해 오신 분이 한 말이 그거예요. 
            왜냐하면 무용가에게도 저항이 있거든요.
            그냥 추면 되는데, 잠시 몸 풀다가 하루 다 가고.
            그러니까 고민사연 주신 분 같은 경우에도 정작 해야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중압감을 주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건데요.
            적어도 이것을 아실 필요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
            회사원들이 왜 낮에 모두 빈둥거리겠어요.
            그리고 왜 야근하면서 일을 다 하겠어요.

이  적 :  하하하

김영하 : 낮에는 저항하는 거예요. 메신저하고 뭐하고~~

이  적 : 저항 할 때까지 한 번..

김영하 : 저항할 때까지 해보는 거예요. 그리구 최후의 순간에 몰려서 하는 건데요.
            그것은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고, 이 분은 그걸 아실 필요가 있어요. 
           '어, 지금 그 일을 할 때가 됐군. 그 일을 해야지,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다음 일을 해야지.' 
            이런 사람은 전 세계에 없다.  그건 미친 놈이다. (웃음)

이  적  : (웃음) 하하하하-

김영하 : 최후의 순간까지 미루다가 하는 건데,
            결국 최후의 순간에 하는 그 일의 질에 따라서 모든 게 결정되는 거죠.

이  적 : 아하, 그렇군요.

김영하 : 평소에 공부하라고 선생님들은 늘 말씀하시죠.
            정작 선생님들은 그렇게 했을까요?

이  적 : (웃음)

김영하 : 안 해요. 선생님들도 문제는 최후의 순간에 내요.
            시험문제 미리미리 낼 것 같습니까?
            교감 선생님이, '김선생, 그거 어떻게 된 거야?'
            그러면 '다 돼 갑니다.' 대답하고선 집에 안가고 시험문제를 내고 있어요.
            선생님들끼리는 다 알죠. '이 선생도? 김 선생도?'
            그러면서 애들보고는 '좀 미리미리 공부 좀 해라! 예습 복습 좀 하고.'
            하지만 그게 안됩니다. 

이  적 : 이러면 좀 힘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기 합리화가 되지는 않았으면...
           그러면 김영하 선생님도 '몇 일까지 원고 쓰세요' 하면 그 때 막 쓰나요?

김영하 : 90%는 '삐대는' 거죠. 90%는 괴로워하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자료도 찾고, 드러누워서 생각한다며, 생각하다가 자고... 그리고 별 짓을 다해요.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책상에 앉죠.
이  적 : 재미있는 건 그 거에요.
           누가 곡을 달라고 그랬을 때, 그러면 나한테 두 달 정도는 줘라,
           사실 두 달 동안 곡을 쓰진 않잖아요.
           거의 마지막, 거의 전전날 '아직 안 됐냐?' 그러면 '어, 그래' 하고 하곤 했는데,
           그런데 거꾸로, 이게 하루에 곡을 다 쓸 거면, 그러면 하루에 한 곡 씩
           곡을 다 쓸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에요.
           그 소모한 59일이 반드시 필요한 거죠.

김영하 : 저항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예술가들에게 한정된 거라서
            말씀을 안 드리려고 했는데, 그것은 너무 일찍 시작해서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것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적 씨한테 두 달을 줬는데,
            왜 첫 날부터 시작을 안 하냐 하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약간 부족하기도 하고,
            좀 더 시간을 끌었을 때, 더 좋은 걸 나중에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문제.
            또 하나는 한 번 손을 대면, 특히 이런 예술 장르의 것들은
            소설이든 예술이든 아마 비슷할 것 같은데, 돌이키기가 어려워요. 

이  적 : 맞아요.

김영하 : 한 번 착상한 것은 아무리 고쳐도 잘 안돼요.
            나중에는 어쩐지 이거보다 더 나은 착상이 나올 수도 있는데,
            괜히 기다려보는 거죠. 뭐 나올 수도 있죠.
            그런데 이건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이 분 같은 경우는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이 분 같은 경우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이  적 :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저항을 바로 저항이라고
            즉시 인정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많은 진보인 것 같아요.

김영하 :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이걸 겪고 있다. 일부 환자들 빼고는.

이  적 : (웃음)

김영하 : 회사에 가면, 보스들 중에 왜 워커홀릭들 있잖아요?

이  적 : 예

김영하 : 최근에 영국의 한 경제학 잡지에서는 '워커홀릭들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CEO들에게 보냈어요. 왜냐하면 당장 볼 때에는
            워커홀릭인 부장이 일을 열심히 하고, 부하직원들에게도 카리스마가 있죠.
            앞장서서 '내가 해줄게'하면서 다 하고, 그래서 단기간에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이 나중에 반드시 회사에 큰 사고를 친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일종의 정신병자라는 거죠.

이  적 : 으흠

김영하 : 비정상적이라는 거예요. 성취욕이 지나치게 강한 거예요.
            그래서 도덕심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대요.

이  적 : 아하

김영하 : 나중에는 비도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죠.
            불법적인 거래를 해서라도 성과를 높이려는 유혹을 쉽게 받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  적 : 네

김영하 :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에요. (고민사연 보내신) 이 분이 정상이에요.

이  적 :  무척 위안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감성 채널 젊은 채널 89.1Mhz KBS Cool 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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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곤란 김영하  - ④



 사랑과 결혼에서 성공하기 위한 '홈런타자'설과 '신운명론'설

 

 <오빠가 돌아왔다>의 작가 김영하씨가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매일 00:00-02:00)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금요일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 중, 이번에는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기 위한 비결을 제시했다.

 

 (다음은 청취자 이모씨가 보내준 고민 사연)

 

제목 : 정말 저희들에겐 처치 곤란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영하씨. 음..일단 기쁜 소식부터 전합니다.
드림온을 그다지 즐겨 듣지 않는 제 친구들도
금요일 만큼은 드림온을 꼭 챙겨 듣고있답니다.
다른 코너에 엽서나 사연 쓰는 저를 구박하더니
이번엔 오히려 저에게 이 글을 한번 써보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못이기는 척 쓰고 있습니다. 실은 저의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무슨 일인고 하니,
제 주변에는 이십대후반 그리고 삼십대 초반의 미혼 남녀가 참 많습니다.
그들 모두의 고민은 바로 "사랑과 결혼"입니다.
대부분은 연애 전적들이 있고, 현재 진행중인 이들도 있습니다.
몇몇은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느낌이 없어." "과연 이 사람일까? " "얘는 이게 좋은데 쟤는 이게 좋고.." 등등
변명도 다양합니다.

이런 저희들의 공통점은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연 보냅니다.

결혼에 관해! 우리는 어떤 이와 결혼을 해야하고, 그 어떤 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적 :  핵심문장!
         "우리는 어떤 이와 결혼을 해야하고, 그 어떤 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이런 글을 덧붙여 주셨어요.
         "김영하님은 어떻게 결혼하게 되셨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싱글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것들 등등!
         이 나라 미혼 남녀들에게, 가르침을 좀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영하 : 저의 결혼까지도 알려는 분이군요. (웃음)
           고대 그리스 이래 여러 설이 있어요.
           플라톤은 자기 반쪽이 있다고 얘기를 했죠.
          (인간은) 원래 하나였는데 쪼개져서 돌아다니다가
          자기 짝을 만나면 된다는 설인데..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서 약간 반박되고 있는 설이죠.
          그리고 최근에..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
          '홈런타자설'이라는 게 있어요. (웃음)

 

적 : (웃음) 이거 적어야 돼요.

 

김영하 : 이게 뭐냐하면, 홈런 타자들 같은 경우에,
           일단 타석에 들어와서, 오는 볼을 보는 게 아니라, 이미 볼을 생각하고
            있죠.

 

이적 : 기다린다.

 

김영하 : 기다리죠. 아웃 코스의 직구, 인코스의 싱커 등등
           이런 걸 생각하고 들어가서 볼이 들어오면, 주저 없이 배트가 나가는 거죠.

 

이적 : 아하.

 

김영하 : (이 설에 비춰봤을 때)
            20대 후반쯤 되면,
            타석에게 가서 상대 투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이미 볼을 생각해 놓는 게 좋죠.
            어떤 볼인지, 자기 취향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사연 보니까 그 동안 연애 전적도 꽤 있다고들 하셨는데, 
            야구는 기록의 경기 아닙니까?
            타율과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통해서,
           '어떤 쪽이 타율이 높고, 어떤 쪽이 좋다.'
           '자기 취향에도 맞고 그런 사람이라면 잘 살아갈 수 있겠다'
            라는 얘기구요, 또 하나 새롭게 등장한 '신운명론'이 있습니다.
 

이적 : 신운명론!

 

김영하 : 예, 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이적 : (웃음) 일단 적고 있습니다. 하하

 

김영하 : 옛날에는 운명적으로 자기 짝을 알아본다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이적 : 예.

 

김영하 : 첫 눈에 뭐가 땡기는데, (이러면서) 운명적이다,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 가설이 거부되었다가, 
            최근에 진화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이 가설이 다시 나타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유전자가 사람을 만나면 3, 4초 안에 다 안대요.
            원초적인 것들, 그러니까 얼굴 생김, 체형, 키, 뭐 이런 것들이죠.

 

이적 : 모든 남자가 확 꽂히는 여자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각자에게 그런 (이성이 있는 건가요?)

 

김영하 : 각자에게 (있는 거죠.) 유전자들이 찾는 유전자들이 있잖아요.
          (유전자들이) 자기의 결점을 보정해주는 유전자를 찾는..(다는 얘기죠)
          실제로 봐도, 큰 남자만 유난히 계속 만나는 여자들이 있고,
          두 눈 사이가 먼 사람들을 꾸준히 좋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가수) 비씨라든가..
          그런가하면 모인 분들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이적 :   신동엽 씨라든지.
           정말 천생연분이네요.
           자기가 먼저 인지하기도 전에, 유전자들이 알고 있다. 이런 얘기죠.

 

김영하 : 그런게 분명히 있어요. 딱 보면.

 

이적 :    확 끌리는 사람이 있죠.

 

김영하 : 그리고 운명적 만남에 관해서 권해드릴 책이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철학자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게 뭐냐면..한 남자와 한 여자가 비행기에서 만나요.
            그런데 이 남자는 비행기를 놓쳐서 그 다음 것을 탄 거거든요. 
            그리고 이 남자는 여자하고 사랑에 빠지는데,
            이런 것을 보통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계산하면, 간단한 만남도 수천만분의 일이 나와요.
            우리가 소개팅으로 만난 확률도 막상 계산해 보면...

 

이적 : 그 전에 소개팅 주선한 친구랑 만날 확률, 뭐 그 날 선약이 없을 확률,

 

김영하 : 그렇죠. 다 계산하게 되죠.

 

이적 : 오다가 자동차 사고 안 날 확률.

 

김영하 : 그럼요. 고등학교 동창이 소개해 줬다. 그러면 내가 그 고등학교
            들어갈 확률까지 더해야 해요. (웃음)

 

이적 : 부모님이 어디서 만나셨을 확률.

 

김영하 : 맞아요.

 

이적 : 고조 할아버지가 만나셨을 확률.

 

김영하 : 그리고 요즘은 부모님이 숨겨둔 형제가 아닐 확률까지 계산을 해야 해요.

 

이적 : 이복 동생이 아닐 확률, (웃음)...

 

김영하 : 그렇게 연애에 관해서,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단계, 실망하는 단계, 이 모든 것들을
           명쾌한 언어로 정리해 놨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적 : 마지막으로
         김영하 선생님은 처음에 사모님을 딱 보았을 때 (끌리는 게) 있었나요?

 

김영하 : 아, 있었죠. 유전자가 부르더군요.

 

이적 : 그러니까 아까 사연의 그 이 모 씨의 그 얘기는,
         그런 사람들이 아직 안 나타났다는 얘기예요. 그렇죠?

 

김영하 : 그렇죠. 그렇다고 기다린다고 오느냐, 그건 아니에요.

 

이적 : 그러면 그냥

 

김영하 : 차선책을 선택해야죠.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가 잘 치는 공, 그리고 칠 수 있는 공을
            생각하고 들어가야죠. 안 그러면 삼진이에요, 삼진.

 

이적 : '신운명설'과 '홈런타자설'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현명한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 89.1Mhz KBS Cool FM <이적의 드림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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