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저 끝에 / 이규자
신혜순 추천
봄비가 내린다
촉촉이 꽃물이 어깨를 적신다
허공은 온통 꽃의 무늬로 가득하다
꽃비를 맞으며 딸은
평생 함께할 반쪽을 따라갔다
나무가 꽃을 버리는 것은
빈자리에잎을매다는일
나도 오늘 품에 안은 꽃을 내려 놓았다
봄이 떠나간다
보내며 흘린 눈물에
꽃잎은 져도
무성한 이파리들 차례를 기다린다
터널 같은 꽃길,저 끝에는
손을 잡고 걸어갈 푸른 내일이 기다린다.
김포문학 35호 200페이지
[작가소개]
이규자 시인은 한국문인협회회원, 예술시대작가회 회장역임,『예술세계』시등단, 한국문학신문제1회수필대상수상,
에세이집『네이버엄마』, 시집『꽃길 저끝에서』, 『낙타로 은유하는 밤』, 달시시선집 『무화과서약』등
[시향]
요사이 날씨가 좋아서인지 카카오톡 청첩장이 부쩍 많이 올라온다. 이 시 는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꽃의 생애와 계절의 순환에 포개어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딸을 떠나보내는 허전함과 아쉬움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연의 이치 속에 녹여내며 새로운 삶을 향한 축복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나무가 꽃을 버리는 것은 / 빈자리에 잎을 매다는 일”이라는 구절은 이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과정임을 보여주며 시의 중심축을 이룬다. 꽃을 내려놓는 어머니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딸의 푸른 내일을 향한 축복이 절제된 언어 속에 따뜻하게 담겨 있다. 슬픔에 머물지 않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시선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글: 신혜순(시인)
http://www.gimp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323#google_vign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