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읽다
김부회
부서진 벽 틈에서 바람이 운다
흙벽,
깨진 벽 귀퉁이에 팔랑거리는 누런 신문지 조각
도배지조차 못 붙이고
살다, 머물다, 떠나간 나름의 이유들이
낯선 여행길을 마중 나왔다
어느 날짜로부터 정지한 뉴스의 발자국이
촘촘히 음각된 폐가
골 깊은 낡은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 망각의 주름들을
스스로 늘려나가고 있다
한때의 가십과 뉴스
헌 뉴스가 된 하소연을 토렴하는 깊은 밤
제 키 보다 웃자라는 숲의 무대를
등장하다 퇴장하는 숱한 활자의 그림자들
거욷하게 떨어져 나간 벽 사이
노쇠한 지문(誌文)들을 푸석한 온몸에 채록한 채
홀로 남아 허름해진 한 채
바람과 소리가 겨끔내며 나풀거리는 계절
푸른 하늘을 실어 온 들판 달구지가
가만가만 짐을 부려 놓는
고단한 어둠의 차양 밑
달빛 아래 공손하게 달빛 등을 켜
우우웅, 모호한 소리 들을 들춰내며
길 찾는 사람을
혼자 반기고 있다
계간 문예바다 2026 봄 호 기고
https://www.youtube.com/watch?v=ekYe9gMKP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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