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망덕 포구에서/어느 시인의 바다/김부회

작성자김이율|작성시간26.06.23|조회수21 목록 댓글 0

망덕 포구에서

 

김부회

 

 

고박으로 쓰기에는 너무 나이 든 세대박이*

익숙한 뱃길에 돛을 띄우고

바람과 물의 흐름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그날유난히 거친 포세이돈의 격정에

당도리**속 이물과 고물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거룻배처럼 흔들거리는 배의 선원들을

하나둘 탈출시키고

마룻줄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바람을 가로막아 선 아버지

당숙이 들려준 참 사내의 모습이었다

 

오십팔 년을 바다 사람으로 살게 해준

그 풍랑에 당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당신

한계를 넘지 말았어야 했다

 

바다의 껍질을 무섭게 깎아내던 바다가

성난 투레질을 거두고

멀리 스란 노을이 격랑을 제 품에 안고 다독일 때쯤

어린 전어들이 물빛에 반짝거렸다

 

반듯하게 누워 어로를 지켜주고 있는 만재흘수선***

건현 그 수평에

바다의 비늘로 남은 아버지와 누군가의 아버지들

 

미처 건네지 못한 유언이 붉은 등대 아래 출렁거리는 망덕

수평선 너머 가을이 성큼 헤엄쳐 온다

 

모주 한 사발을 공손하게 바다에 공양 올린다

 

 

*세대박이:돛이 세 개 있는 큰 배

**당도리:바다로 다니는 큰 나무배

***선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선혹은 선체가 잠기는 한계선

 

 

어느 시인의 바다

 

김부회

 

 

달의 해상도가 낮아진 수면 그 속으로

조개 굽는 냄새가 뛰어든다

 

구겨진 물빛을 게워내는 물골 너머

과거가 화톳불을 뒤적거렸고

오늘이 잔불을 덮는다

 

집어등에 이끌려 다가온 포구에

날생선처럼 퍼더덕

덜 풀린 생의 몇몇 실마리들이

수면 위로 뛰어오를 것 같다

 

어둠의 모서리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문득

초릿대 끝에 찌를 묶어두지 않은 것이 기억났다

 

쇠락한 변명이라도 미끼 삼아

어쩌면 낚이러 온 것일지도 모를

뒤엉킨 발자국이

밀물의 끝자락을 지그시 밟을 때

아랑곳하지 않는 바다가

물비린내 포말로 검은 장막을 두른다

 

갈매기들 여문 울음이

청각을 두드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머릿속

한 줄기 바람이

달의 주름진 물빛을 토렴하고

벗어놓은 운동화 속으로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

부표처럼 둥둥 뜬 채

부릅뜬 눈으로 바닷속 문장을 보고 있는 사내

 

바다는 끌어당기기만 하고

낚인 것은 사내였다

 

계간 사이펀 2026 여름 호 

 

 

김부회 프로필

2011년 <창조문학신문신춘문예 당선/3회 문예바다》 신인상 /9회 중봉문학상 대상/12회 모던포엠》 최우수 평론상 /17회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가온 문학상 대상/목월 문학상/1회 평택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2025 계간 사이펀 신인문학상 (동시)/ 호미곶 문학상/ 2026 제 2회 브라보 마이 라이프 수필 당선외 다수 수상시집 시답지 않은 소리』『러시안룰렛평론집 시는 물이다』 외 공저 동인지 시선등 20여권 출간계간 문예바다 편집부주간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김포신문대구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 및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만평』『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신문 연재 중/계간 문학리더스계간 삼광문학 평론 연재 중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