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 포구에서
김부회
고박으로 쓰기에는 너무 나이 든 세대박이*
익숙한 뱃길에 돛을 띄우고
바람과 물의 흐름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그날, 유난히 거친 포세이돈의 격정에
당도리**속 이물과 고물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거룻배처럼 흔들거리는 배의 선원들을
하나둘 탈출시키고
마룻줄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바람을 가로막아 선 아버지
당숙이 들려준 참 사내의 모습이었다
오십팔 년을 바다 사람으로 살게 해준
그 풍랑에 당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당신
한계를 넘지 말았어야 했다
바다의 껍질을 무섭게 깎아내던 바다가
성난 투레질을 거두고
멀리 스란 노을이 격랑을 제 품에 안고 다독일 때쯤
어린 전어들이 물빛에 반짝거렸다
반듯하게 누워 어로를 지켜주고 있는 만재흘수선***
건현 그 수평에
바다의 비늘로 남은 아버지와 누군가의 아버지들
미처 건네지 못한 유언이 붉은 등대 아래 출렁거리는 망덕
수평선 너머 가을이 성큼 헤엄쳐 온다
모주 한 사발을 공손하게 바다에 공양 올린다
*세대박이:돛이 세 개 있는 큰 배
**당도리:바다로 다니는 큰 나무배
***선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선, 혹은 선체가 잠기는 한계선
어느 시인의 바다
김부회
달의 해상도가 낮아진 수면 그 속으로
조개 굽는 냄새가 뛰어든다
구겨진 물빛을 게워내는 물골 너머
과거가 화톳불을 뒤적거렸고
오늘이 잔불을 덮는다
집어등에 이끌려 다가온 포구에
날생선처럼 퍼더덕
덜 풀린 생의 몇몇 실마리들이
수면 위로 뛰어오를 것 같다
어둠의 모서리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문득
초릿대 끝에 찌를 묶어두지 않은 것이 기억났다
쇠락한 변명이라도 미끼 삼아
어쩌면 낚이러 온 것일지도 모를
뒤엉킨 발자국이
밀물의 끝자락을 지그시 밟을 때
아랑곳하지 않는 바다가
물비린내 포말로 검은 장막을 두른다
갈매기들 여문 울음이
청각을 두드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머릿속
한 줄기 바람이
달의 주름진 물빛을 토렴하고
벗어놓은 운동화 속으로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
부표처럼 둥둥 뜬 채
부릅뜬 눈으로 바닷속 문장을 보고 있는 사내
바다는 끌어당기기만 하고
낚인 것은 사내였다
계간 사이펀 2026 여름 호
김부회 프로필
2011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제3회 《문예바다》 신인상 /제9회 중봉문학상 대상/제12회 《모던포엠》 최우수 평론상 /제17회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가온 문학상 대상/목월 문학상/제1회 평택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2025 계간 사이펀 신인문학상 (동시)/ 호미곶 문학상/ 2026 제 2회 브라보 마이 라이프 수필 당선/ 외 다수 수상, 시집 『시답지 않은 소리』『러시안룰렛』평론집 『시는 물이다』 외 공저 동인지 『시선』등 20여권 출간/ 계간 문예바다 편집부주간/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김포신문, 대구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 및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만평』『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신문 연재 중/계간 문학리더스, 계간 삼광문학 평론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