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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나무꾼 과제_ 박소민

작성자박소민|작성시간11.09.20|조회수150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장편_선녀와나무꾼 2008112911박소민.hwp


선녀와 나무꾼 다시쓰기 과제입니다!

다른분들 올린 걸 보니까.. 제가 좀 잘못 쓴 것 같네요; 글이 길어졌습니다...

2008112911
박소민



“얘, 너 또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니?”

언니가 동생에게 물었지만, 동생의 귀에는 언니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그 나무꾼은 나무를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하던 나무꾼이 더운 듯 이마의 땀을 닦자, 동생이 꺅!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언니는 그 모습이 마땅찮을 뿐입니다.

“그렇게 좋니?”

언니는 못마땅한 듯 자리를 피하고 맙니다. 한낱 인간일 뿐인 나무꾼에게 저리 호들갑인 동생을 언니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동생은 결국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천계가 온통 난리가 났지만, 아무도 동생의 병이 어디서 왔는지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 병의 원인은 언니인 나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무꾼 때문일 것입니다. 매일같이 나무꾼을 내려다보던 동생이 결국은 상사병에 걸려버린 겁니다.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한낱 인간 따위에 마음을 빼앗긴 대가는 바로 저런 것입니다.

“언니......”

“왜, 이것아.”

“나.. 부탁이 하나 있어.”

“... 얘기해 봐.”

“나...... 나무꾼님과 혼인하고 싶어.”

“...뭐라고?!!”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치맛자락을 붙잡고 흐느끼기 시작하는 동생을 보자, 마음이 약해져 버렸습니다. 결국 동생의 침대 맡에 앉고 맙니다.

“언니가 도와줬으면 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들켰다간 바로 천계에서 추방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알고 있어.”

나를 바라보는 동생의 눈은 너무나도 결연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그러니까 언니가 날 도와줬으면 해. 들키지 않게.”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동생은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눈을 감을 것만 같은 얼굴입니다. 나는 일단 동생의 방 주위를 살폈습니다.

“어떻게 할 작정인데.”

그 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좋았을까요.

 

나와 동생이 목욕을 하러 땅으로 내려간다고 하자, 선관께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땅으로 목욕을 하러 내려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픈 동생이 맑은 정기를 받기 위해 금강산으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고 하자, 쉽게 허락해주셨습니다. 선관께서는 조건을 하나 붙이셨습니다. 우리를 보호할 선인 한명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였기에, 우리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오는 날에 맞추어, 우리는 여느 때처럼 날개옷과 목욕통을 챙겨 땅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목욕통 안에 동생이 키우는 사슴이 들어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금강산에 내려온 우리는 나무꾼이 나무를 하는 곳과 가까운 계곡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선인은 사냥꾼 복장을 한 채, 동생의 사슴을 데리고 잠복하였습니다.

두어 경이 지났을까, 선인에게서 신호가 왔습니다. 나무꾼이 나타났다는 신호였습니다. 동생과 나는 날개옷을 벗어 바위에 얹어놓았습니다. 나의 날개옷은 나무꾼의 손에 닿기 어려운 곳에 두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쪽에서 사슴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모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무꾼과 혼인 후, 동생은 처음에 그 생활을 너무도 행복해했습니다. 내게 보내오는 서신에 적힌 글자에까지 동생의 행복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가끔 내려다볼 때에도, 동생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두 명 정도 놓았을 때쯤이었을까요? 선녀의 입가에는 점점 미소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서신도 점점 뜸해졌습니다. 그나마 가끔 오는 서신에는 시어머님 봉양과 육아에 지쳐 힘들다는 말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나무만 하는 나무꾼의 수입이 마땅치 않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땅으로 내려갈 때 가지고 간 패물들도 이미 다 처분했는지, 이제는 제가 준 옥비녀마저 동생의 머리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낱 인간에게 반하여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땅으로 내려간 대가는 바로 처참한 가난함이었습니다. 천계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경험에 고통스러워하던 동생은, 결국 셋째 아이를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로 다시 날아 올라왔습니다.

스스로 땅으로 내려간 것을 들키면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생은, 자신이 강제로 나무꾼에 의해 끌려갔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선관님들은 동생의 하소연을 눈물로 받아주었고, 동생은 이전 거처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습니다. 나무꾼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온 것입니다. 동생은 나무꾼이 자신을 데리고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혼비백산했습니다. 하지만 나무꾼은 동생을 데리고 내려갈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천계의 모습에 반한 나무꾼은 동생과 함께 이곳에서 살기를 원했습니다. 은혜롭고 자비로우신 선관님들은 그마저도 허용하였습니다. 적어도 시어머님 봉양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된 동생은 나무꾼과 함께 점차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나무꾼이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오기를 바란 것입니다. 곤란해 하던 선관님들은 결국 나무꾼에게 몽마를 내어 주었습니다. 그 몽마에서 내려서는 안 되며, 그것을 타고 올라와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그렇게 땅으로 내려간 나무꾼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저와 동생이 자숙하며 함구하고 있었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의 내막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승으로 가던 죽은 나무꾼의 혼이 사냥꾼 행세를 했던 그 선인을 만났고, 면식이 없어야 할 둘이 서로를 알아봄을 의아하게 여기던 한 선관께서 선인을 추궁하여 이 모든 일을 자백하게 만든 것 말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땅의 사람들의 입에서 수천, 수만 번 오르내리며 천계를 우습게 여기게끔 만들었다고 여겨집니다. 나와 동생은 분명 사사로운 정을 이기지 못하여 천계를 기만하는 일을 하였고, 그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정이란 것은 본디 모든 만물에 주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응당 따랐을 뿐입니다. 사모의 정과 자매의 정, 세상 어떤 것보다도 큰 정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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