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앙 로즈(La Mome, 2007), 에디트 삐아프(마리옹 꼬띠아르)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수 에디트 삐아프의 생애를 다룬 영화 <라비앙 로즈>.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니 만큼 영화 속 인물은 삐아프의 이야기를 따라 진행됩니다. 전기적 영화라서 그런지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 가는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실제로도 그런 것 같고요.
그녀의 어릴 적 삶을 유추해 내어 볼 것도 없이 영화 속에 유년기 시절의 많은 부분이 담겨져 있습니다. 훌륭한 가수의 대부분이 그렇듯 가수의 기질은 역시 가수였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것 같아요.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의 삶에 있어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은 커녕 해를 끼치긴 했지만 엄청난 것을 물려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부모 중 한 명이 이러한 지경이라면, 나머지 한 명인 아버지에게서라도 따스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녀의 아버지 또한 별 다를 바 없더군요. 당시에는 ‘아이들은 보살펴야 한다.’는 의식이 지금처럼 자리 잡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딸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는 건 너무 심했죠. 굳이 아버지가 있음으로써 받았을 좋은 영향을 따져보자면, 유랑극단에서의 무대기질과 보고 들은 경험이랄까요. 아무튼 이러한 여건이 그녀를 거리로 나서게 합니다.
엄청난 재능이 거리에서 노래를 하니, 이것을 가만히 놔둘 남자들이 아니죠. 삐아프는 남자들의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질 만한 몇 가지의 도움들에 의해서 실력적으로나 명성적인 측면으로나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현대에서도 여자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뚫고 나가기 힘든데, 반세기도 더 되는 과거라면 더더욱 힘에 부쳤을 거예요.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나이 많고, 권력까지 있는 남자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거구요. 그래서 이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삐아프는 ‘저런 여자라면 당장이라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있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모 시인의 말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사랑에 대하여 상당히 열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에겐 사랑이 자신의 외롭고 험난한 인생을 달래주고 공허함을 채워주는 유이한 통로였을 것 같아요. 그랬기에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아픔과 상처는 그녀의 인생이 힘들었던 것만큼, 그녀의 사랑이 열정적이었던 것만큼 쉽게 아물 수가 없었던 거겠죠.
에디트 삐아프는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그녀를 뻔하다는 것으로 설명하기엔 그녀가 주는 감동이 너무 큽니다. 뻔하지 않은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순차적인 편집방식이나 배우의 연기력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노래’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그녀의 인생이 음악과도 같았거나 그렇게 표현되었기 때문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