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진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차 안에 있던 남자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서로에게 하는 행동을 봐서 보통 사이는 아닌 게 분명했다
아내를 믿고 싶었지만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자신이 본 그 모습이 자꾸만 머리에서 괴롭혔다
경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담배를 물었다
물었던 담배를 내려놓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엔 윤희가 쇼파에 앉아 있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경진은 윤희에게 다가갔다
윤희는 경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여보"
"도저히 잠이 안온다. 잠시 나가자"
"어딜?"
"나가서 얘기하자"
경진의 태도는 무서우리만큼 차가웠다
윤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경진의 뒤를 따라 나갔다
경진은 윤희와 차를 타고 한강으로 갔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경진은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윤희도 말없이 조용히 경진의 뒤를 따라갔다
"설명해 봐"
"......."
"그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해 보라고"
경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친구...."
"친구?"
"응"
"요즘은 친구하고 그러니?"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 마"
"...."
"언제부터야?"
"뭐가?"
"만난 지 얼마나 되었냐고?"
"여보 그런 거 아니야"
"조용히 물어볼 때 대답해. 언제부터니?"
"얼마 안 되었어...."
"지난번 외박 때 같이 있었니?"
"응...."
"부산 출장도?"
"응"
"그럼 부산 출장 때부터였구나. 그 자식하고 그런 게..."
경진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길게 연기를 뿜어내고 경진은 윤희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 더 화가 났다
"어떻게 할 거야?"
"뭐가?"
"그 남자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
"안 만날 거야...."
"왜?"
"왜라니?"
"왜 안 만날 건데? 남자가 그만 만나고 하자고 그랬니?"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경진은 화가 났는지 담배를 힘 있게 던져 불을 끄고 윤희 앞으로 다가섰다
윤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경진의 눈엔 화가 가득했다
"여보... 아니 현진 아빠"
"아이들 이름 부르지 마.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 생각을 했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다시는 안 만날게..."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이야?"
"....."
"두 번씩 말하고 싶지 않아"
"고등학교 때 같이 드럼 배운 친구야..."
"오랜만에 만나서 감정에 충실했니?"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경진의 화는 윤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윤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21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