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다음날........ 학교에서 미국 대통령을 볼 수는 없는 법....... 그날 저녁
뉴스가 시작하자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청했다. 옆에서는 아버지가 웬일
이라는 듯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나의 설마 하는 예상은 놀랄만한 결과로
나타났다. 빌과 그의 비서가 그동안 섹스관계였다는 것이 미국사회에 노출
되면서 빌의 대통령자리가 위태롭게 되는 초미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일어서서 만세를 부를뻔했다. 며칠 전 내게 건네준 할아버지의 CD는 마
법의 프로그램을 저장한 것이었다. 내가 만든 그림이나 사진이 다음날 현실
로 나타나게 하는 프로그램..... 나는 지금의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방으로 겨우 들어온 나는 나의 의아심에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
는 실험을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세 번 모두 다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나
의 합성사진이 너무 현실과 일치했기에 나는 마지막으 로 한 번 더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나를 상대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실험대상은 누구로 할까..... 우연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너무 진진해진 내 모습에 약간은 우습기도 했지만 나는 이미
시작 한 편집기 화면 앞에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는............
우리 옆반에 담임을 맡고 있는 29세의 여 선생님이다.
'한 나은' 국어담당인데 새로 부임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참 선생님이고
이미 결혼하여 기혼이었지만 얼굴 와 몸매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멋있었다.
언제는 그녀가 입고 온 치마사이로 보이는 늘씬한 다리에 흥분한 나머지 화
장실로 달려가 자 위를 한 적도 있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나의 첫사랑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그 선생님이라면 나의 동정을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을 것
만 같았다. 장소는 어디로 택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양호실을 택했다. 상황을 정하고 장소까지 계획하고
나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올해 초 가을수련회에 갔다가 찍은 선생님의 사
진과 학교 홍보차 만든 책자에서 양호실을 찾아내 스캐너로 읽고는 마법의
프로그램에 불러오기 했다. 양호실침대 위에 선생님의 사진을 90도로 돌려 눕
히고는 젖가슴이 큰 일본여고생의 교복을 입히고, 다시 그 옷을 풀 어제 꼈다.
반항할지 모르니 마우스로 팔목에는 줄로 묶인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
실제로 내가 가보았을 때 이런 상황이 만들어져 있을지는 의문이나 일단은
그렇게 해놨다. 그리고는 소리를 지를 수 없게 입에 자갈을 물렸다. 일단 완
성하고 보니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여자의 몸을 갖다붙여놓다보
니 내가 평상시에 생각되는 선생님의 젖가슴이 너무나도 커져버렸기 때문이
다. 그리고 팔목과 얼굴에 마우스로 지저분하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사진자
체가 전체적으로 더 러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일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혼자 의아해하며 내가 만들어 놓은 상황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아직까지 일
이난 현상들을 생각하며 밑져도 본전이란 마음을 먹게 됐다. 여하튼 간 요즘
은 이 프로그램을 만지며 이런저런 것을 확인하다 보니 자위를 할 정신도 없
었는데 벌써 이틀째 그것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에 서너 번 하던 나로
서는 엄청난 인내였다. 만약 내일 이런 상황이 진짜로 벌어진다면 그때 멋있
게 배출해 버리면 되지...... 생각을 마친 나는 자리에 누어 잠을 청했다.
왜 이리 수업이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항상 그래왔듯이 시계를 쳐다보
지만 아직도 점심시간이 지난 지 채 2시간이 안 됐다.
'휴....... 아직까지의 일들이 모두 우연의 일치는 아닐까....'
혼자 멍청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수업종이 울렸다. 이제 체육시간
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운동장으로 향하였다. 체육담당은 우리 담
임 선생님이다. 전에 희영이의 일도 있고 해서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예
전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앞에 서면 나는 왠지 작아진다. 우람한 체격
에 큰 키...........
(내가 저 정도 키만 됐어도.......)
이번시간은 축구다. 홀수와 짝수로 편을 갈라 축구를 하는데 나는 만년 수
비수다. 골문 옆에서 멍하니 서서 뛰어다니는 애들을 보다가 비가 올 것 같다
는 느낌에 하늘을 잠시 쳐 다 볼 때였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골문 옆으
로 쓰러졌다. 누군가가 강하게 찬 볼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것이다.
"멍청하게 공을 그대로 맞다니...."
나를 향해 공을찬 찬혁이었다.
"내버려두어라, 원래 둔하잖아. 하하하.."
애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손바닥에서 피가 났다. 아
마도 쓰러지면서 땅바닥에 손을 대며 긁힌 모양이다.
"우리가 쳐다보고 있으면 얘는 울지도 몰라... 계속해서 볼이나 차자...."
애들의 웃슴 소리가 멀어질 무렵,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호실에 가서 소독약이라도 바르렴.......... 가벼운 상처이나 깐 혼자 갈
수 있겠지."
고개를 숙인 나는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나 또한 나의 나약함이 죽도록
싫었다. 손을 움켜 뉘고 나는 2층 중앙형관 쪽에 있는 양호실로 향하였다. 누
군가가 건네준 수건으로 손을 감싸고는 양호실 문을 노크했다. 아무도 없는
지 반응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양호선생님을 찾았다. 그러나 선
생님은 잠시 어디를 가셨는지 없었다. 순간 나는 문득 어제 내가 만들어놓
은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어제 내가 한 나은 선생님을 상대로 장난을 치지 않았던가.'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아픔도 잊은 채 살그머니 양호실의 문을 잠갔다. 그리
고는 숨을 죽이고는 양호실 안쪽에 위치한 환자용 침대로 향했다. 환자용침
대는 일반 병원처럼 파란 칸막이로 막혀있었다. 내가 만든 상황대로 라면 선
생님이 저곳에 두 팔이 묶인 채로 아무렇게나 풀 어제 쳐진 교복을 입 고 누어
있어야 한다. 침을 꿀꺽하고 삼키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칸막
이를 한쪽으로 밀어보았다. 컨막이가 제쳐지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했다.
그곳에는 내가 예상한 대로의 모습이 펼쳐져있었기 때문이다. 두 팔이 묶인
채로 한 나은 선생님이 여학생 교복을 입고는 다소곳이 누워있었던 것이다.
풀어헤쳐진 상의와 치마, 그리고 입에는 여지없이 자갈이 물려있었다. 나중
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간질 증상이 있었던 선생님이 수업도중 발작을 일르
켰던 것이 다. 옆반에서 수업 중이던 남자선생님이 한 선생님을 엎고 양호실
로 왔고 양호선생님은 발작 중이 던 선생님이 혀를 깨물지 않도록 입에 자갈
을 끼우고는 두 팔을 침대 위쪽에 묶었던 것이 다.
잠시 후 선생님의 발작이 멈추자 더러워진 정장을 벗기고는 운동부 여학생들
에게 옷을 빌려 선생님에게 입혀주고, 호흡이 편하도록 상의의 단추를 풀어
놓았던 것이다. 양호선생님은 간질증상이 잠시후면 아무렇지도 않았던것처
럼 다시 정상으로 금세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안심하고는 한
선생님이 수업 중이던 교실로 가서 자율학습을 지도하고 있었다. 단지 한 가지
실수라면 그런 한 선생님을 혼자 두고 가면서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나
는 다시 한번 내가 잠근 문을 재확인하고 나서 한 선생님의 모습을 지켜보
앗다. 볼을 꼬집어 보았으나 결코 꿈이 아니었다. 만세를 부르듯 두 팔을
야 침대 모서리에 묶인 채로 두 다리는 엉성하게 놓여있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여왔다. 꿀꺽하고 삼키는 소리가 양호실 전체에 울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