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이 도시의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사람들의 머리카락 헝클어트려 단정하지 못한 이미지로 만드는 장본인, 바람도 두문불출이었고요.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 '방창'이 떠오르더군요.
-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나야 말로 저러한 삶을 동경하는 사람이어서 시니어에 접어들면 저렇게 살아야지 욕망했었는데, 생각지 않은 복병으로 인해 욕망을 접어야 했으니요. 그러므로 겨울 동안 다소 우울했으니요. ( 꿈도 야무졌나니)
다시 한 번, 인생이란 '확신할 수 없는 것 천지' 라는 말에 대해 적극 동의하고 있으니요.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생즉사 사즉생) 는 말과 함께.
2
그건 그렇고. 화창한 봄날이긴 하지만, 이미 벚꽃도 졌고, 저 산도 아득하고,
"우리는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아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정신적 가출이라도 해야 한다. 좋은 시와 좋은 소설이 왕복표를 준다. 집에 있기만 하면 가축이 될 뿐이다."
황동규 시인의 문장을 읽은 후, 가축이 되지 않기 위해 근거리에 위치한 공원으로 갔습니다. 이 공원은 오래된 공원이어서 타공원에 비해 뒤떨어진 면모를 보이는 공원이라 할 수 있는데, 휴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남녀노소가 공원을 돌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러는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고, 더러는 그저 공원 멍, 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공원내의 길을 시덕시덕 거닐다가, 작년 이즈음 (유년 시절 친구들과 꺾어 먹곤 했던,) 공원 내의 찔레 덤불에 손 넣어 훤칠한 새 줄기를 꺾어 먹었었는데, 이번 봄에도 그래 볼까나? 그 찔레나무를 찾아 갔습니다. 작년과 같이 그 자리에 찔레나무가 있더군요. 하지만 찔레줄기는 먹을 수 없을만큼 쇠어 있었습니다. 손이 닿는 곳의 짧은 찔레줄기 하나를 꺾어 유년에 했던 것처럼 잎사귀를 떼어낸 후, 미세먼지가 걱정되는 지라 손으로 줄기를 슥슥 닦은 다음 입에 넣어 씹었습니다. 아, 그런데, 언제 바람과 흙과 햇살과 빗물이 찔레줄기에 간을 하고 가셨는지, 먹을만하였습니다. 저기 어느 식당 냄새 나는 순대국보다 나았으니요.
이제 오월로 건너가면 찔레꽃이 흐드러질 텐데요. 벌들과 나비들은,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했어! 공중에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거운 비명을 질러댈 텐데요. 본가, 뒷밭 아래 도랑가에서 철수세미처럼 뭉쳐 환하게 꽃 피우는 찔레덩굴이 생각납니다.
3
시덕시덕 공원 내의 길을 따라 걷다가 근 거리에 위치한, 이불이며 가구며 주방용품이며, 주부들이 타깃인 모던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모던하우스에서 뭔가 구매하지 않더라도 진열해놓은 상품 구경하는 일이 재밌기도 하고, 전부터 냄비 하나를 사야겠다고 벼르고 있었기에요. 모던하우스에서 다양한 상품 구경을 하는 중 오, 지름이 22센티인 냄비 두 종류를 발견하였는데, 하나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세련되 보이는 냄비였고, 하나는 실용적인 디자인의 냄비였습니다.
상품이 다양하면 선뜻 선택을 못 하는 선택 장애가 급 발생하기도 하는데, 눈에 들어온 두 개의 냄비 중 어떤 걸 선택하여 만족감을 가질까? 이 번에는 내게 따지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 후 실용적인 디자인의 냄비를 택했습니다.
4
냄비를 사고 초고추장 담으면 좋을 종지 두 세트를 산 후 저녁밥 먹으러 가자, 역사 1층에 있는 회전초밥 집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초밥을 열두 접시 먹었습니다. 초밥을 먹고 맨 나중에 새우튀김을 먹으면 포만감이 와 좋습니다.
5
어제 저녁밥과는 다르게 오늘 저녁밥은 불닭볶음면입니다. 헌데 너무 맵습니다. 물김치를 계속 떠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앗, 믹스커피가 한 개도 안 남았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돌멩이처럼 굳은 병 속의 알커피를 해머로 부수어 타 먹어야 하나, 아니면 코딱지만큼 남은 헤즐넛을 내려 마셔야 하나, 잠시 고민 끝에 돌덩이처럼 딱딱한 알커피를 과도로 부수어 타 마시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맛입니다. (너무 원시적이라고요?)
지금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리는데요. 엊그제 화분에 바질 씨앗을 심었는데, 씨앗들이 목 좀 축였을라나요.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햇빚 작성시간 26.04.28 참 글을 잘 쓰십니다
시덕시덕 같이 걷다 온 것 같네요 -
답댓글 작성자객석에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28 칭찬 고맙습니다. 햇빛 님 거룩한 봄날이시기를요. ~ ㅎ
-
작성자대박할머니 작성시간 26.04.28 멋지세요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세요 -
답댓글 작성자객석에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28 네. 대박할머니도 대박 터뜨리시기를요.
-
작성자람라맘 작성시간 26.05.05 마무리 좋습니다!
매운것먹고 뜨거운 알커피한잔!
내삶과 별반 다르지 않아 미소짓네요!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