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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a 여행후기)

강철지구가 데려다 준 차마고도

작성자클라라-|작성시간26.06.20|조회수174 목록 댓글 0

 

장기간 집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정리해야 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괜히 TV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문득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철부대에 나왔던 두 청년이 차마고도를 걷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부터 보지 못해 어디서 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 시작한 곳은 나시객잔 부근이었다.

그 이후로는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28밴드에 오르기 전 말 탈 사람들을 기다리는 마부들은 길에서 여러 번 마주쳤던 익숙한 얼굴들이고, 80세가 넘어서야 일을 그만두었다는 마부 아저씨까지. 화면 속 사람들은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이었다.

차마고도를 걷는 즐거움은 단순히 유명한 풍경을 보는 데 있지 않다.

화면은 드넓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역시 차마고도의 진짜 모습은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다 담을 수 없는 협곡의 깊이와 옥룡설산 설봉의 웅장함,
그리고 그 풍경 사이를 이어주는 좁은 길의 느낌은 그곳에서 보아야 비로소 전해진다.

나는 그 길을 여러 번 걸었지만 한 번도 지겹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갈 때마다 풍경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길이 주는 즐거움도 늘 새롭다. 그래서 화면으로 다시 보는 차마고도도 반가웠다.

협곡과 마을, 설산과 길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한 달 후면 나는 그 길을 다시 걷게 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마부들, 운전수들, 객잔 아주머니들, 그리고 반갑게 인사해 주는 젊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아마 차마고도는 한 번 다녀온 사람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더 큰 꿈을 주는 길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
하지만 여러 번 찾아가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걷게 되는 길은 드물다.
차마고도는 내게 그런 곳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에도 언젠가 차마고도를 걸어보고 싶은 바람이 생기면 좋겠다.

P.S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영화 중경삼림의 '몽중인'은 내게는 조금 어색했다.
차마고도를 떠올리면 음악보다 먼저 바람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PPyyRabjo&list=RDqnPPyyRabjo&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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