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있는 삶. 이번 2박3일 어린이생태학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은 다들 각자가 느끼고 깨달은 내용들이 다르기에 글로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59명의 어린이들, 14명의 청소년자원활동가 친구들, 그리고 에코맘을 비롯한 6명의 엄마 자원활동가들, 노심초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끈 사무국 임수연 처장님과 허승희 팀장님의 참여와 땀방울과 노고가 담겨있다.
여기에 공동대표 효진스님과 최순예 교육위원, 박용식 보리수아래 단장, 김진옥 사찰음식전문가 선생님, 그리고 천은사 템플스테이 법제스님, 천은사 미술치료 선생님이 강사로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시간에 쫒겨 도미노게임과 고릴라는 핸드폰을 좋아해, 그리고 전래놀이 등은 선보이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해피트리 우희와 종호의 노래와 율동은 넘넘 신나고 즐거운 시간으로 채웠다.
이번 생태학교 참가자들 40%는 처음 참여하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2박3일간의 일정에, 날씨는 최고로 무더운 날씨에, 인원은 많지 쉽지 않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2박3일간의 긴 일정을 잘 소화해 냈다. 불행중 다행으로 민주가 물놀이하다 바위에 넘어져 한밤중에 병원에 가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괜찮다. 수많은 친구들이 울고 웃고 뛰어놀면서 지리산 천은사에서의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을 아로새겼다.
울 친구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마음 속에 담겼을까? 아마도 지금쯤 집에 돌아가 재잘재잘 거릴 것이다. 어떤 친구들은 우리가 배웠던 ‘자비의씨’와 ‘씨앗’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즐거웠던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잠자면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실타래 풀어헤치듯 펼쳐낼 것이다. 함께했던 2박3일간 많고도 많은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회향식 전에 한시간 남짓 진행한 수건돌리기는 전체를 하나로 마음과 마음을 모아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보제루 누각을 뱅글뱅글 어찌나 잘도 도는지... 신나게 달리다 넘어져 우는건 기본이고 아예 문밖으로 세차게 튕겨져 나간 친구도 있었다. 물놀이 때는 바위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놀이에 모두들 넋이 빠질 정도였다. 워터파크의 물썰매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신났다.
계곡 물은 우리 친구들이 놀기에 적당했다. 무더운 날씨 덕분인지 평소같으면 단 1분도 발을 담그기 어려울 지경인데 물놀이 하기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주었다. 세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물에서 나오질 않는다. 튜브 하나 없어도 끼리끼리 모여서 즐거운 계곡 물놀이를 즐긴다. 그래, 잘 놀아야 잘 큰다.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신나게 잘 어울려서 놀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이라면 더없이 좋은 교재다.
우리 어릴적엔 자연의 너른 품에서 맘껏 뛰어놀았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놀이문화를 잃어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든지 놀 준비가 되어있는 친구들. 시간과 공간과 또래 친구들만 있다면 이렇게들 잘도 노는데... 노는 모습을 지켜만 봐도 오지다. 숲체험은 더없이 소중한 공부다. 숲에 대한 조예가 깊고 경험이 풍부한 최순예 교육위원이 그 많은 아이들을 이끌고 천은사 숲에서 즐겁게 논다.
자연물을 이용해서 반별로 멋진 그림작품을 완성해 낸다.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그냥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서로 협심하여 큰 도화지에 숲에 깃든 자연물을 이용해 다시 자연을 완성해 낸다. 박용식 보리수아래 단장의 통일이야기는 쉽고도 즐겁다. 북녁 어린이들의 일상을 배웠다. 남과 북 이념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 노는 모습은 별반 우리와 다르지 않다. 진정 통일코리아를 염원한다.
울 아이들은 통일된 새 세상에서 함께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며, 남과 북 자유로운 여행길이 열리며, 기차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그런 날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통일세상을 거저 열어주지 않는다. 통일되면 자따마따 1박2일이나 어린이생태학교도 금강산이나 묘향산에 있는 사찰에서 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꾼다. 통일 이야기도 듣고 북한의 평양만두를 만들어보았다.
평양만두는 사찰음식전문가 김진옥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오셔서 이끌어 주셨다. 전날 미리 그 많은 재료를 준비하는데 날이 넘넘 더워서 고생이 많으셨단다. 그럼에도 갖은 재료를 준비해오셔서 손쉽게 평양만두를 만들었다. 함께 가져온 냉청귤홍차는 수박과 참외가 들어가있는 별미음료수다. 온갖 그릇과 재료와 음료수까지 챙겨와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맘이 없으면 할 수 없으리라.
꼭 칭찬해주고 싶은 분은 바로 천은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법제스님이다. 수많은 템플스테이를 다녀봤는데 법제스님만큼 성심껏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끌어주신 분은 참으로 드물다. 그 어떤 부탁을 해도 반드시 그에 대한 답을 해주시며, 가급적 우리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춰주셨다. 스님께서는 어린이들에게 발효차와 연잎차를 아침마다 내어주시고 아침을 명상으로 충만하게 해주셨다. 참으로 고맙고도 고맙다.
효진스님 또한 고맙다. 울 아이들에게 부처님은 어떤 분인지를 쉽게 일러주셨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풍물 없이 입장단으로 분위기를 이끌며 부처님 이야기를 살포시 들려주셨다. 스님은 두번째날 절수행모임 절로절로 지도법사로 어김없이 1080배 정진의 죽비를 잡으셨다. 매월 첫째주는 절하는 날이다. 광주에서 버스로 이동해 도착해 천은사 보제루 누각에 모이니 언듯 40여명이 모였다. 이열치열이 따로없다.
고즈넉한 토요일 저녁, 아이들은 선방에 모여 미술치료를 하는 동안 초등학생, 중학생을 비롯 어른들까지 누각에서 선풍기 세대에 의지해 두시간 넘게 땀방울을 흘렸다. 평소 땀을 흘리지 않는데 이날 만큼은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옷이 축축히 젖어들고 땀은 얼굴을 적시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누각을 가득 채운다. 540배 하고 10분정도 쉬고 다시 540배.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니 죽비가 끝난다.
1080배 정진을 마친 도반들의 얼굴들이 환하고 밝다. 효진스님의 고성염불과 죽비와 이끄심으로 무시히 절을 마칠 수 있었다. 천은사 주차장으로 이동해 광주에서 유진숙 부단장이 준비해온 찰밥을 먹으며 절로절로 절수행을 마쳤다. 초등학생, 중학생, 칠십이 넘은 보살님과 거사님, 그리고 처음으로 도전해본 분들은 물론, 40여명이 함께 이열치열 뜨거운 도반애를 느끼며 절수행을 잘 마쳤다. 서로에게 삼배를 드렸다.
절수행을 마치고 절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둥근 달이 떠있고 별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첫째날은 찌는 듯한 무더위에 기진맥진 했었는데 둘째날은 그래도 조금 선선하고 버틸만 했다. 숙소에 돌아와 문을 열어놓으니 바람이 넘넘 선선하다. 광주는 열대야라는데, 지리산은 여름 속에 벌써 가을을 느낄 정도로 바람이 다르다. 금새 사흘간의 일정이 지나가 버린다. 울 아이들은 마음 속에 어떤 이야기꽃 피웠을까?
<어린이생태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
• 청소년자원활동가 해피트리 : 선경화, 마은효, 이다빈, 박재원, 이길한, 이승재, 손정우, 정우희, 전채원, 이초연, 안소정, 손석민, 서종호
• 엄마 자원활동가 : 위상희, 최연아, 김미라, 최은경, 김은주, 서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