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생태문화기행을 다녀와서
청송 주왕산을 다녀왔다. 한국의 100대명산에 속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 경상북도 청송에 위치해 있어서 광주에서는 꽤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분들이 주왕산행은 처음이었다. 태풍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태풍은 결국 우리를 비켜갔다. 아침 5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집에 도착하니 10시 20분. 긴 하루를 좋은 분들과 함께했다. 광주에서 청송 주왕산까지는 차량으로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그나마 고속도로가 잘 뚫려있어서 예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졌다. 주왕산 주차장에 도착해서 대전사를 먼저 참배했다. 가을비가 우리를 반긴다. 처음엔 빗자락이 굵어질까 걱정이 되었고, 이러다 산에 오를 수 있을까도 싶었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빗줄기는 더이상 굵어지지 않았고 주왕산 주봉에 오를때까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주왕산 주봉까지 대전사에서 2km코스라서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승희 승주 쌍둥이 친구들도 언니들 따라서 잘도 오른다. 매번 산에 갈때마다 승희 승주는 앞서 나아간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힘들다 짜증내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건 어른들도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그럼에도 땀을 송송 흘리면서도 묵묵히 산을 오른다.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산길이지만 대부분 데크로 되어있어 걷기에 적당했다. 비가 내림에도 습도가 높지 않아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주봉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해발 726m. 인증샷을 찍으며 나중에 오신 분들을 기다려 바로옆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공양. 밥을 먹으려하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도 살짜기 내린다. 공양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배가 고픈지라 각자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서 함께 맛있게 공양을 나누었다. 늘상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지라 도시락은 가족들과 소풍온 느낌을 안겨준다.
돼지갈비에서부터 장아찌, 홍어무침, 고추와 오이, 김치, 마른반찬, 그리고 직접 만들어온 김밥 등을 함께 나누다보면 입이 한없이 즐겁다. 이렇게 도시락을 꺼내서 나누어먹은 재미가 산애들애 생태문화기행때 제일 쏠쏠한 느낌을 전해준다. 커피에 과일후식은 기본이다. 좋은 분들과 함께 산정에서 먹는 점심도시락. 그것도 힘들게 올라온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참 행복한 시간이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친다. 한참을 걷다 보니 폭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용연폭포, 2단으로 되어서 흘러내려오는 모습이 아름답다.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물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듯 부드럽다. 용연폭포 벽면에 침식작용으로 생긴 3개의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용연폭포에서 내려오니 곧바로 절구폭포. 절구통처럼 둥그렇게 파여있는 곳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
절구폭포, 고즈넉하니 참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인증샷을 남긴다. 절구폭포를 들러 다시 하산길. 갑자기 만난 커다란 바위들. 우리 모두를 압도한다. 진짜 비경이 펼쳐진다. 다들 중국의 장가계 모습과 비슷할 정도라고 한다. 양옆으로 펼쳐진 바위, 그 사이로 내려오는 물줄기, 용추폭포. 사진을 찍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날씨는 시원하고 풍광은 아름답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얼굴빛은 밝고 환하게 빛난다.
산수화가 주욱 펼쳐진 것처럼 멋진 절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이곳을 만나기 위해 그 힘든 산행을 하고 산행 뒤에 만난 절경에 힘든 것도 잊어버릴 수 있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주왕암을 찾았다. 경사진 산자락에 자리한 주왕암은 여느 암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한전이 중심도량이지만 법당에 올라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산보하듯 걷다보니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곳 대전사에 도착했다. 어느새 4시가 넘는다.
대전사 앞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나눠마시고 오다보니 꼴찌로 버스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버스로 주산지로 이동했다. 주산지는 영화에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저수지 물 속에 몇백년 됨직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눈맛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가을이나 겨울에 오면 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고 한다. 언제 다시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으랴. 주산지 주차장에서 저녁을 먹고 광주로 향했다.
35명이 함께한 제61회 생태문화기행. 오늘은 지도법사 스님도 못오시고 인원도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함께한 분들과의 나눔과 교류는 깊어졌다. 특히 처음 나오신 세분이 곧바로 산애들애 회원을 가입해 주셨다.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연대와 믿음과 나눔을 실천해온 도반들과 함께 주왕산 가을나들이 잘 마쳤다. 다음달에는 경상남도 울산에 자리한 영남알프스로 알려진 신불산 석남사로 생태문화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