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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배 철야정진을 마치고>

작성자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작성시간17.06.05|조회수116 목록 댓글 0


원효사 법당이 삼천배를 하고자 하는 분들의 열정과 의지와 기운으로 가득찼다. 총 52명이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서 앉아있는 그 모습은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초딩 5학년부터 70 되신 거사님 보살님까지 삼천배 정진을 하고자 곳곳에서 모였다. 중학교 2학년 경수도 끝까지 함께했고, 부부도 세 가족이 참여했으며, 종교가 다른 분들도 몇명 함께했다. 무엇보다 52명중 삼천배를 해본 사람은 고작 20%를 넘지 않는다.

대부분 삼천배에 처음 도전하신 분들이다. 연령대로 보면 40대가 가장 많이 참여했다. 한창 우리사회에서 중심이 되어 활동해나갈 40대의 주역들이 삼천배 정진을 해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 불교환경연대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지도법사 효진스님 말씀대로 돈주고 와서 하라고 해도 안할 삼천배인데, 오히려 3만원씩 기금을 적립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이 일었다.

저녁 7시부터 날을 꼬빡 새고 삼천배를 마치고 다들 집으로 가서 꿈나라에 빠져있을 것이다. 대부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가서 끙끙 거리고 있을 것이다. 삼천배의 기운을 잊지 말고 오래 간직하라는 몸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삼천배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는 분들의 얼굴엔 다들 밝은 미소와 환희가 한가득이다. 몸은 비록 힘들지만 뿌듯함과 성취감은 말로는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다.

효진스님의 절하는 의미와 공덕을 새겨듣고서 곧바로 삼천배 정진에 들어갔다. 효진스님의 죽비에 맞춰 500배씩 두번을 마치니 금새 천배가 끝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천배가 하나도 어렵지 않네 하는 표정들이다. 초딩 5학년 수인이도 어른들보다 더 거뜬히 절을 해낸다. 1500배가 넘어가니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한시간 절하고 잠깐 쉬는 그 휴식이 참으로 꿀맛같다. 그렇지만 휴식은 고작 10분정도다.

그 십분 동안 화장실 다녀오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먹고 다리를 풀겸 도량을 걷는다. 하지만 절반정도는 그 짧은 시간 법당에 누워서 피로를 푼다. 나는 쉴때마다 도량을 걷고 또 걸었다. 예전의 경험상 절하고 많이 걸어주는게 여독을 줄이는 지름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원효사 마당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하늘에 떠있는 별빛과 달님, 시원한 밤공기, 여기에 원효사 약수물은 절하고 난뒤의 피로감을 풀어주기에 제격이었다.

금새 다시 효진스님께서 호출을 한다. 2천배를 넘어가니 그때부터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많은 분들이 “석가모니불” 정근을 쉼없이 한다. 그 정근소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공명으로 울려주는 힘이자 기운이다. 처음엔 열심히 따라했는데 2천배가 넘어가니 왠걸. 그때부터는 온갖 번뇌망상이 떠오른다. 스님의 죽비는 언제 끝나지, 내 서원지가 남과북 “통일”이었는데 내가 절하면서 서원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문득 떠오른다.

통일 생각하는데, 몸이 곧바로 죽겄다 라는 신호를 보낸다. 온전히 통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통일 죽겄다”가 내 염불이 되었다. 통일을 이뤄가도 부족할판에 “통일 죽겄다” 라는 소리가 줄곧 맨돈다. 2천배를 넘기고 시간이 더디게 지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배한배 삼천배의 끝이 보인다. 효진스님의 죽비소리가 멈추었으면 하는게 바램이었다. 넘 힘들었다. 그래도 죽지 않을 정도에 죽비가 멈춘다.

새벽 4시 반경 삼천배를 모두 마쳤다. 다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흡족한 모습이다. 그렇다. 다들 잠들어있는 신새벽에 날을 새서 삼천배를 마쳤으니 얼굴빛이 밝지 않을 수 없다. 잠깐 휴식을 취한뒤 길고 긴 아침예불을 드렸다. 보통 시간이었지만 아침예불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한배 한배 절할 때마다 끙끙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서서히 도량에 아침햇살이 드리운다. 해중스님의 말씀을 듣고 아침공양.

자정에 먹었던 죽으로 아침을 먹었다. 사각사각 김치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모든걸 다 마친 뒤라서 한결 여유롭다. 한사람 한사람씩 각자 집으로 향하니 원효사 도량은 다시 고요함 속으로 빠져든다. 언제 삼천배를 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흔적없이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무등의 산색은 푸르고도 푸르다. 참 좋은 도량 원효사에서 내 생애 두번째 삼천배 정진을 마친다. 함께 한 도반들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한분 한분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삼천배 정진을 끝까지 이끌어주신 효진스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원효사 사중 식구들과 주지 해중스님의 헌신적인 배려 덕분에 잘 회향할 수 있었다. 간식과 공양은 물론 편안하게 절할 수 있게끔 뒷바라지를 넘 잘해주셨다. 또한 유진숙 초록세상 부단장님과 운영위원들도 보이지 않게 곳곳에서 애썼다. 오늘의 주인공은 삼천배 정진 대중들임을 기억한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이해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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