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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백일기도에 들어갑니다.

작성자본연 이해모|작성시간19.06.18|조회수93 목록 댓글 0
6월 17일 어제부터 백일기도에 들어갑니다. 백일기도는 100일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공부이자 수행입니다. 옛 조사스님들은 백일, 천일, 삼천일, 만일기도로 이어지면서 수행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절차탁마 해왔습니다. 그런 조사스님들의 수행의 공덕으로, 그런 수행의 향기로 천년의 세월 동안 불교가, 부처님 가르침이 우리네 삶 속에 잔잔히 번져있습니다.

백일기도 기간 동안 사무실에 매일 출근할 예정입니다. 주말 휴가도 반납, 여름휴가도 모두 기쁜마음으로 즐거이 반납합니다. 지난해 총회 이후 사무실 주5일 근무정착을 위해 저 스스로 이틀은 아예 사무실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게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짐을 덜어드리는 일이기에 일부러 짐싸들고 혼자서 산을 가고, 집에서 책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잘 쉬었으니 다시 신발끈 조입니다.

백일 동안 기도를 하는 것은 지난한 수행의 길입니다. 지난 1988년 삼수할때부터 지금까지 31년 불교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도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어느해 가을 초입에 시작해 겨울까지 100일동안 충장로 길거리에서 매일 저녁 7시부터 한시간동안 북한어린이돕기 거리모금을 했을 때입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충장로에 서서 매일 모금하는 일.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겨울 초입에는 손이 얼어붙는 차가움 속에서도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정토회 심정순 보살님이랑 둘이서 백일동안 모금을 했습니다. 그때 모은 기금이 약 450만원 정도, 정토회 JTS를 통해 모금을 전달했습니다. 두 번째 기도는 참여정부인 노무현 정부때 이라크 파병문제가 불거질 때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이라크에 한국의 군인들을 파병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회원들과 108일동안 역시 충장로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비록 파병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 시대 평화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평화가 이 시대 화두임을 일깨운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기도는 지난 2008년 1월, 지역불교활동가가 함께 모여 우리 지역에 불교NGO단체의 씨앗을 퍼트려보자는 마음으로 그해 1월부터 4월 19일 창립때까지 전심전력 마음을 모아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를 설립하기 위해 지혜를 맞대고 쉼없이 정진하면서 4월 19일 무각사에서 수경스님을 모시고 200여명이 함께 출범식을 올릴 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인생 40대를 고스란히 전부를 걸어온 조직, 불교환경연대 창립 10년을 넘어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또 단체를 떠나가기도 했습니다. 아픔과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었지만 이를 잘 추스르고 극복해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리산 실상사에서 20일을 머물렀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지어온 두터운 업이 많아서 지난해부터 내 업(業)을 내려놓고서 상근자로 결합했습니다. 상처를 아우르고 보듬으면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산적한 일들이 많습니다. 환경연대 정체성에 맞는 사업도 안착시켜야 하고, 시민사회와의 유기적인 연대의 틀도 강고히 해야 하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고, 회원들을 위한 적절한 사업도 내야 합니다.

특히 회원들이 각자의 삶이 자유롭게 변화해가는 것, 그리하여 각자의 삶을 주인으로 올곧게 일으켜세우는 것, 더불어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지평을 넘어서 우리 이웃과 세상 속으로 활짝 열어가는 것, 그런 일들을 도모해가는 데 교육과 수행과 정진은 필수입니다. 특히 불교단체인만큼 각자의 근기에 맞는 수행(修行)은 우리가 평생을 두고 해야할 일입니다.

불교환경연대도 나무숲 센터를 이전하게 되면 수행에 방점을 둔 일들 예를 들면 명상이나 기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수행공동체로서 길을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이를 실행해가기 위해서 나무숲 센터건립불사는 우리 단체의 숙원사업입니다. 이전불사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 안에 내용적으로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는 더 큰 숙제입니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일을 해나갑니다. 적재적소 꼭 필요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배치되어 일들을 풀어가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이 또한 재정이 뒷따르는 문제입니다. 하나하나 백일기도 하면서 풀어가겠습니다. 다시, 처음 불교환경연대를 만들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하나씩 차근차근 일들을 풀어가겠습니다. 잔잔한 변화의 물꼬를 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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