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천탑 화순 운주사. 고향이 화순이라서 가끔 찾아가보긴 해도 하룻밤을 머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운주사를 찾아가도 대충 한번 훑어보고 끝인데 1박2일 운주사를 온전히 품어안을 수 있었다. 나무숲 어린이들 덕분이다. 이들 친구들과 함께 캠프를 떠나면 스스로 힐링이 된다. 운주사는 언제 어느때 찾아가도 천년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숨쉬는 곳이다.
우리가 찾아간 날이 봄볕 햇살이 도량에 가득 드리운 날이었다. 봄볕 향연이 아름답게 펼쳐진 도량에서 울 어린이 친구들은 1박2일 맘껏 뛰놀았다. 그렇다. 어린이들에게 절은 그저 색다른 놀이터다. 아이들이 뛰어노는게 조금은 불편하게 여길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그 어디든 아이들에겐 놀이터일 뿐이다. 엄숙하기만 할 것 같은 사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 어릴적엔 산과 들판 곳곳을 뛰어다니며 노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놀이공간과 시간을 잃어버린,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을 자연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놀이문화에서 멀어지게 했던게 사실이다. 조금은 씁쓸하고 가슴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자연 속에서 잘 노는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놀이문화를 잃어버리고, 자연에게서 멀어지고, 심지어 창의적인 생각과 사고마저도 '창의적인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재단해버리는 현실은 어른들의 과욕에서 생겨난 현실이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아름드리 가윤이는 오후 3시면 학교를 마친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회원자녀 또한 오후 3시면 학교를 마치고 좋아하는 농구나 취미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우리는 저녁 10시까지 강제 자율학습을 시킨다. 청소년들은 평소에 못가는 학원을 토요일 일요일에 보낸다. 그리고 어린이 친구들도 학원으로 뺑뺑 돌린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눈앞이다.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상상력과 행동은 기계적인 사고 속에서는 결코 발현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자연은 멀어져버리고, 놀이문화는 공부로 대체되고 있다.
그나마 한달에 한번 정도 이렇게 부모의 품을 떠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 천년의 향기와 숨결이 깃들어있고 자연의 품 속에 안기어있는 산사에서의 하룻밤, 이는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귀한 선물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맘껏 뛰놀수 있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육아에서 단 1박2일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서로에게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가급적 위험하지 않는다면 절에서 뛰놀게 한다. 물론 대부분 프로그램으로 채워야 하는 안타까움은 있다. 이마저도 어른들의 욕심이라는 걸 안다. 외려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면 자기들끼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래잡기 등등 놀이문화에 푹 빠져있다. 스스로 움직이면서 노는 시간이 어찌보면 최고의 값진 프로그램이라는 걸 모르는바 아니다.
언젠간 기회가 주어진다면 1박2일 아무런 프로그램 없이 밥만 먹고 원없이 노는 프로그램을 해보는게 꿈이다. 운주사에서 진행된 자따마따 1박2일, 짧은 시간 동안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도 있고, 같이 반별로 풀어야 할 미션도 있다. 이번에도 좋은 강사님들을 모셨다. 박용식 통일강사님, 자비명상 해성스님, 지구를 살리는 먹거리 정인봉선생님.
그리고 에쉴리 이정미 선생님의 영어로 진행하는 명상과 게임, 자원순환교육 신민정 유선옥 선생님, 아이들에게 멋진 율동을 지도해준 해피트리 정우희 친구, 여기에 9명의 청소년자원활동가모임 해피트리 친구들이 어린이들의 지도교사가 되어 친구처럼 이끌어주었다. 특히 해피트리 친구들은 아이들에게 언니오빠가 되고 누나 형아가 되어 함께 어울린다.
또한 최연아, 이유경, 김정은 성인자원활동가 분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방울을 흘렸다. 한분 한분 참으로 고맙고도 감사하다. 어린이 45명, 해피트리를 비롯한 지도교사 15명 등 총 60명이 천불천탑 운주사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전문강사님들의 진행과 공양간 및 템플스테이 담당자 선생님들께서도 세심하게 우리 아이들을 보살펴 주었다.
무엇보다 해성스님의 자비명상은 이번에 처음 진행했는데 아이들이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스님께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마음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마음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강조해주셨다. 그리고 자기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것을 내내 강조하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에쉴리 이정미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3년째 울 아이들에게 멀리 순천에서 올라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가는데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준비물, 프로그램 교안, 과자 등을 꼼꼼하게 챙겨와 말 그대로 무주상보시로 자원활동을 해주신다. 3년째 오직 아이들을 위해서 돈 한푼 받지 않고 마음 내서 참여하는 소중한 보살이다. 에쉴리 샘하고 아이들이 서로 붓다의 마음으로 교감한다.
1박2일 끊임없이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을 강조했다. 자기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임을, 자기 마음의 주인 또한 바로 자신임을, 그 누구도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내가 가장 존귀함을 내내 강조했다. 그렇다. 자신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올곧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찌보면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