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무위사엔 산들바람이 그치질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온줄 알고 이틀간 내내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까지 파고든다. 새벽녘에는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도량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침이 되니까 비가 그친다. 무위사 도량에서 바람소리, 새소리, 빗방울소리, 범종소리, 목탁소리,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한가득 울려퍼졌다.
특히 크나큰 나무 세그루는 극락보전과 삼존불벽화의 국보만큼이나 도량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그 아래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 주지스님께서는 모처럼만에 아이들 소리가 들려서 좋다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다.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넓은 도량에서 울 아이들은 맘껏 뛰어다녔다. 아이들뿐 아니다. 자원활동가 어른들도 넘넘 좋아한다.
어린이 42명, 해피트리, 성인자원활동가 등 60명이 1박2일을 함께했다. 누각, 마당, 공양간 편상, 자연학습장, 그리고 숙소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이번 아이들은 유독 넘어진 아이들도 많았고, 울고 심통부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밝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모습 속에서 붓다를 만난다. 틈만 나면 도량을 뛰어다닌다.
42명의 아이들을 보듬어안기 위해 청소년자원활동가 해피트리 친구들이 여전히 애써주었다. 제법 의젓하게 동생들을 돌보는 해피트리 친구들은 불교환경연대의 든든한 보배들이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해피트리 친구들도 성장해나간다. 그렇다. 공부란, 수행이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함께하면서 서로 배운다.
해피트리 친구들뿐 아니라 엄마 자원활동가 분들도 다들 프로다. 있는듯 없는듯 공양간 배식에서 설겆이 뒷정리는 물론이고, 누각이나 방들 정리나 청소도 틈나는대로 하면서 아이들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보살펴주었다. 주지스님께서도 울 아이들, 청소년, 엄마들의 모습을 1박2일 지켜보면서 너무나 잘 해나간다고 몇번이나 격려해 주셨다.
주지스님께서는 엄마자원활동가 분들께 보이차도 내어주시고, 틈틈히 아이들 프로그램 하는데 오셔서 아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주셨다. 도량 좋지, 스님 사무장 공양주 보살님 한결같이 친절하시지 무위사는 최고의 템플스테이 공간이 되고도 남았다. 크게 앰프를 틀어놓아도, 아이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녀도 누구 하나 시끄럽다고 혼내는 법이 없었다.
시간 날때마다 도량 우람한 나무 밑에 앉아서 극락보전을 비롯 도량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눈맛이 시원했다. 여기에 새소리를 어찌나 아름답게 들리는지 에코 울림이 되어 귀를 맑혔다. 무위사 프로그램에도 많은 강사님들이 함께해 주었다. 정인봉 선생님의 건강한 먹거리 강의와 실습, 해성스님의 착한고민 찾아가기, 박용식 보리수아래 단장의 통일이야기.
박미승 선생님의 자원순환교육, 에쉴리 이정미 선생님의 영어명상과 게임으로 아이들에게 다채로움을 안겨주었고, 연희단 율동연습을 민주와 진경이가 이끌어주었다. 한분 한분의 정성과 사랑과 땀방울이 아이들 가슴 속에 전해져 녹아내렸다. 복받은 아이들이 아닐 수 없다. 최고의 도량에서 맘껏 뛰놀고, 맛있는 간식에 공양에,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이렇게 함께 만나 월출산 무위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인연이란 더없이 소중하다. 나중에 울 아이들이 자라서 무위사를 찾을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으리라. 꿈같은 1박2일이 지나갔다. 말 그대로 자연따라마음따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창립 10주년 기념음악회 준비로 분주하지만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로 제34회 자따마따 1박2일 잘 회향했다.
산들바람 불어오는 월출산 무위사, 절간 그대로의 멋과 맛과 아름다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내년 이맘때쯤 다시 한번 무위사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낼 꿈을 꾸어본다. 그때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새가 큰 나뭇가지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겨주겠지. 극락보전, 삼존불 벽화와 백의관세음보살님 후불벽화도 우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