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를 쇄석으로 채우는 이유
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민간환경감시위원 김익중
최근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방폐장이 완공되고 방폐물 적재가 끝난 후 사일로(방폐장의 저장동굴) 내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폐물관리공단에 서면으로 질의하였다. 공단은 이에 사일로 벽과 드럼통 사이의 빈 공간을 쇄석으로 뒤채울 예정이라고 서면으로 답하였다. 쇄석이라 함은 부서진 작은 돌멩이를 일컫는데, 이렇게 빈 공간을 돌로써 채우게 되면 사일로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동굴식 방폐장의 경우 대부분 지하수에 의해서 오염이 되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일로 안으로 지하수가 들어오는지를 반드시 감시해야 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단 관계자는 이 질문에 대하여 사일로가 해수면보다 100미터 아래에 있어서 강력한 수압을 받으므로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서 이렇게 처리한다고 구두로 답하였다.
한번 생각해보자. 방사능 유출사고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방사능 물질이 방폐장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현재 물속에 건설되고 있는 경주 방페장은 사일로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순간 사고로 이어진다. 사일로 내부에 보관되어있는 드럼통은 방수가 아니어서 사일로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거의 동시에 이 드럼통에도 물이 들어가게 되어있다. 이후 방사능 물질이 물에 녹아서 사일로 내부를 채우고 이후에 유출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이렇게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사일로의 붕괴가 아니라 작은 균열이다. 작은 균열에도 지하수는 사일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후 유출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균열이 발생한 한참 후에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지 붕괴가 먼저 일어날 수는 없다. 즉, 붕괴가 염려되는 상황이 되면 이미 여러 개의 균열이 발생한 이후가 되고, 이때는 이미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한 이후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혹시 공단이 염려하는 것이 방사능 유출사고가 아니라 사일로의 붕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방사능 유출사고는 피할 수 없지만 사일로의 붕괴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계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씀이다.
또 한 가지, 만일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일로 내부가 쇄석으로 뒤채워져 있으면 폐기물을 다시 꺼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독일의 경우에는 아체 지방에 있는 동굴식 방폐장에 물이 들어오니까 유출사고가 나기 전에 드럼통을 모두 들어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유출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알 수 없을 분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방사능 폐기물을 들어낼 수 없도록 되어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방폐물관리공단은 이 문제에 대하여 시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로 방폐장 안전성에 관한 설명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고, 아니면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제안한 토론회를 수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