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는 ‘공론화 연기’ 밖으로는 ‘재처리 로비’
이중 행위 이명박 정부, 재처리 추진 즉각 중단하라
○ 프레시안과 연합뉴스 등의 보도와 함께 환경운동연합이 입수한 위키 리크스 한국판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1세기북스 펴냄)의 한국어판 재판을 위해 쓴 서문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국내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식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해 미국에 적극 로비해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현 정부의 비밀에 쌓인 재처리 추진 의지를 확인케 하는 것으로, 핵발전소보다 위험하고 수백조원의 비용이 낭비될 재처리 정책이 아무런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현 청와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한국의 재처리 필요성을 로비하면서 ‘한국의 여론’을 동원하고 ‘양국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마치 재처리에 대해 모든 정당이 지원하는 것처럼 ‘재처리 불가는 초당적 차원에서 엄청난 실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사실을 왜곡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미 외교관들이 한국정부가 경주에 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판단하게 만든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천 차관의 말을 직접 인용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재처리 시설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한국은 향후 20년은 어차피 재처리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지만, 아마도 경주 근처에 재처리 시설의 건설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외교관들은 판단하고 있다.... 중략 ... 보고서에 따르면 ... “천영우 차관은 이 문제에서 한국이 일본과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한국의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중략... 협상은 늦어도 2013년 말부터, 그러나 가능하면 2010년 말부터 한국의 재처리 권리를 인정하는 한미간 협정 체결을 목표로 정하기를 원했다. “재처리(Reprocessing) 불가”를 규정해놓은 기존 협정의 연장은 초당적 차원에서 “엄청난 실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천 차관은 말했다. ... 중략... 한국인들이 미국이 한국의 핵산업 발전을 방해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면 양국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는 천 차관의 평가는 옳다고 보았다.’
○ 그동안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처리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특히, 2009년 7월 29일, 위원장까지 정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 출범을 출범 당일 연기하면서, ‘전문가 중심의 공감대 형성 및 과학적․기술적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 후에 ‘전문가 그룹 내 공감대가 형성 되는 경우,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적절한 시점에서 공론화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원자력학회 주관으로 2010년 12월에 마감된 이 연구용역 보고서는 지식경제부에 제출되었지만 지경부는 지금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외교통상부는 그 사이에 미국 정부에 재처리 추진을 위해 로비를 해왔던 것이다. 이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원자력위원회 2004년 의결 내용 ‘중장기적으로 국민적 공감대하에 마련키로 의결’한 것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 또한, 정부가 경주에 핵폐기장을 추진하면서 법적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과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재처리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경주에 중저준위 핵폐기물만이 아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처분도 같이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현장은 공사 기간을 2배 이상 지연할 만큼 무너지는 암반과 하루에 최고 3천여 톤의 지하수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핵폐기물 저장 시 방사성물질의 누출이 명약관화해서 중저준위 핵폐기장 추진도 재고해야할 판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 이명박 정부는 위키 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추진과 경주 재처리 공장 추진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우파 정치인과 우파 언론, 핵공학자들 중심으로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한 것이 사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여론을 형성해 오는 과정이 아닌 지 답변을 해야 한다.
○ 재처리 공장은 핵발전소가 1년에 내뿜는 방사성물질을 하루에 쏟아낼 만큼 치명적인 핵시설이다. 재처리를 통한 재활용률은 1%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재처리 후에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재처리를 해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이 필요하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8배나 더 늘어나지만 일본의 사례를 비춰보았을 때 최고 200조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핵무기를 가질 의도가 있거나 핵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면 전혀 추진할 이유가 없는 시설이다. 추진론자의 주장과 달리 파이로 프로세싱 재처리 역시 플루토늄 단독추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시각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재처리 시도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 재처리는 이렇듯 환경, 경제, 국제 정치에 위협이 되고 그리고 후손에게 크나큰 부담을 넘겨주는 것이므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어물쩡, 밀실에서 추진할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당장 재처리를 추진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수차례 밝힌 대로 ‘사용후 핵연료 사회적 공론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2011년 5월 27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석봉․이시재․지영선 사무총장 김종남
*문의 :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 비상대책위 양이원영 국장(010-4288-8402, yangwy@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