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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위원회

이현정의 생태이야기(10) - 4월, 숨죽이며 기다리다...(2013년 4월호 소식지 게재)

작성자미루|작성시간13.04.15|조회수85 목록 댓글 0

 

이현정   생태이야기(10)

 

 

 4월, 숨죽이며 기다리다... 

 

 

 

 

추운 겨울을 지내며 2월이 더없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곧 3월이 다가왔을 때 다시 바람의 시샘을 받고 말았지만......

3월 중순경 목련이 살짝 흰 살결을 내 비쳤다.

바람의 시샘은 목련의 살결을 태우고 말았다.

멀리서 새하얀 고고한 자태가 아닌 시들어 원래의 색을 잃어 힘없이 떨어지는 목련의 꽃잎들을 보았다.

 

너도 바람꽃의 어린 열매

 

 

항상 숲에선 피고 지고 열매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하면 숲 바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햇볕을 작은 잎으로 받아들이며 역시 열매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등이 있다.

하지만 한 달 차이를 두고 이들은 깊고 높은 산으로 가면 다시 만난다.

이들은 시간차를 두고 하늘이 나뭇잎으로 덮이기 전에 맘껏 햇빛을 향해 온몸을 던진다.

그러는 사이 산수유, 생강나무가 먼저 피어 향연을 즐기고 진달래가 이어 피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 꽃만 먼저 피는 전략을 가진 나무의 종류들이다.

 

 

그러면 생강나무, 진달래 등은 누가 꽃가루를 옮겨다 주는 것일까?

이 시기라고 곤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파리목과 벌목, 나비목 등 2월부터 숲속의 일정한 온도만 유지되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외 또 다른 작은 곤충과 거미류도 보인다.

따뜻한 숲길을 걸을 때 숲길 가장자리나 발걸음을 옮길 때 흑갈색의 나비와 표범무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른벌레(성체)로 겨울을 나서 2월 살짝 올라간 온도를 느끼고는 깨어난 것이다.

숲의 상류 쪽 계곡에선 하루살이종류도 보인다.

이들은 역시 살기위해 연신 움직여 꽃들을 들락날락 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 꽃가루이동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다.

 

벌목의 곤충

 

 

또한 나무의 꽃이 먼저 피는 진화와 잎과 함께 꽃이 피는 진화 그리고 잎이 한창 일 때 꽃은 뒤 늦게 피는 진화에서 당연 꽃이 먼저 피는 진화를 선택한 꽃들의 전략은 어떤 것일까?

이른 봄 향기를 내뿜어 곤충을 유혹하는 종류는 올괴불나무와 꼬리까치밥나무 그리고 남부 지방 쪽의 길마가지나무 등이 있다 할 수 있고, 꽃 속의 허니 가이드(꿀 안내선)를 자외선으로 확인하게 해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종류 생강나무(작은 키 나무)와 진달래(관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피어서 번식에 성공하면(열매를 맺으면) 서둘러 잎을 펼쳐서 햇빛을 모으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때 잎이 한창 일 때 꽃이 뒤 늦게 피는 종류의 나무들과 번식(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을 끝내고 서둘러 잎을 펼치는 종류의 나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숲을 채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면 꽃과 잎을 함께 피우는 종류의 나무들이다.

 

 

진달래의 허니 가이드

 

                                                         꽃만 먼저 피어나는 올불괴나무

 

꽃과 잎이 함께 피어나는 분꽃나무

 

괴불나무의 잎이 먼저 자라고 있는 모습

 

 

그렇게 숲의 공간은 큰 키 나무(교목)들이 숲 덮개를 쉬우기 전에 작은 키 나무(소교목)와 관목(여러 줄기가 땅에서 올라오는)들의 광합성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이제 시작이다.

4월의 숲은 숨죽이며 생존을 위해 번식을 하고 번식을 위해 생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숨죽이며 온통 숲을 초록으로 물들일 것이다.

 

                                                     큰키 나무아래의 작은 키 나무목들이 먼저 잎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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