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생태위원회

태안의 봄이 조용합니다.(펌)

작성자미루|작성시간11.03.18|조회수37 목록 댓글 0

  

원문보기 => http://kfem.or.kr/kbbs/bbs/board.php?bo_table=hissue&wr_id=297067

 

 

 

태안의 봄이 고요합니다.
35차 태안시민생태조사후기


 

 트위터로 보내기   등록일: 2011-03-16 15:10:41   조회: 119  

3월, 꽃샘추위라고는 하지만 지나간 겨울의 살을 에는 바람 탓에 따스하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태안으로 향합니다. 조사하러 가는 지역에서도 이런 봄바람이 불고 있길 바라며 오늘은 서산태안환경연합의 어린이와 청소년 친구들도 함께 합니다.

 

파도리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기름유출 전에는 발가락을 간질이는 작고 예쁜 몽돌들로 관광객들을 모으던 파도리는 게르마늄 바지락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몽돌해변 뒤로 작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언덕을 넘어가면 농지가 펼쳐져있는, 맨손어업과 농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이곳 파도리 분교에는 아이들의 웃음꽃이 피었었습니다. 하지만 시꺼먼 기름이 이곳을 뒤덮은 2007년 12월 7일 이후 모든 것은 달라졌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몽돌들은 검은 기름을 잊은지 오래다.    ⓒ환경연합 정나래

 


지난 12월에 조개와 소라로 채워져있던 수조는 다시 텅 비었다.  ⓒ환경연합 정나래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또는 고무장갑만 낀채 달려 나와 기름을 닦던 주민들에겐 이젠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 몸과 마음의 병이 남았습니다. 파도리 주민 800여 명 중 기름이 덮친 2007년 12월 이후 2년 간 암 발생 환자는 14명에 이릅니다. 이는 이미 돌아가신 32명 주민은 제외한 생존자 가운데 조사된 것입니다.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에 암환자라고는 한두 명에 불과하던 것이 갑자기 증가한 이유를 기름유출사고 외에는 찾을 수 없지만 이를 또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란 폐암환자의 발병요인을 담배로 규정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긴 세월이 걸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고 후 2008년, 정부는 기름유출사고의 건강영향조사와 치료를 장기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태안환경보건센터라는 의료기관을 설치했습니다. 의료진들은 불안과 갈등 속에서 누구도 신뢰하지 않으려는 주민들 속에서 꿋꿋하게 조사와 진료를 계속하며 기름유출의 피해를 하나하나 밝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노력을 한순간에 짓밟듯, 매 해마다 해당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하겠다는 안을 올리곤 했다가 각계의 비난 속에 다시 정정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파도리 주민들 사이에서 생겨난 불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받은 보상금은 7%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강마저 위협받는 상황은 어린이들의 마음에까지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비록 분교였지만 여러 도움의 손길로 희망을 유지하고 있던 파도초등학교는 이제 폐교가 예정된 상태입니다. 지난  겨울 잠시 조개와 소라들을 담아두었던 횟집의 수족관은 이제 다시 텅 비어졌습니다. 파도리 해변의 기름의 흔적은 사라지고 빛나는 몽돌해변도 돌아왔지만 주민들의 마음에 드리워진 검은 흔적을 지울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안절벽에서 돋아나는 해국 새싹들   ⓒ환경연합 정나래   

 


(좌) 기름유출당시 파도리 해변  (우)이제 기름의 흔적은 사라진 파도리 자갈 해변   ⓒ환경연합 정나래

 

 

모항항은 오늘도 조용합니다. 가을철 잠시 꽃게와 간자미가 들어가 있던 위판장 수조는 물만 가득한 상태입니다. 출항준비를 하는 배는 한 척 외엔 활어차나 다른 조업준비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항구 주위 가판에 우럭을 말리며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있지만 관광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쪽 방파제의 테트라포트 옆으로는 예전에 방제작업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방제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파묻고 다른 자갈들로 덮어놓은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져 드러난 것입니다. 지난달에 발견한 조사단이 태안군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작은 면적이지만 여러 가지 습지식물들이 돋아나던 곳까지도 쓰레기에 덮여 있습니다. 이곳도 여름이면 가족단위 관광객이나 암반 낚시하는 이들이 찾는 곳인데 점점 쌓여가는 해안쓰레기들과 함께 지저분해져만 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태안군에 문제제기하자 했습니다.

 


(좌)모항 위판장의 수조는 비어있다. 꽃게철 외엔 이 수조가 차있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환경연합 정나래
(우)방제작업을 하고 그 자리에 파묻은 방제쓰레기가 드러났지만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잔 자갈들을 깔아 평평해진 해변은 점점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봄이 되면 습지식물들이 돋아나기 시작해야하는 해변 안쪽으로는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어은돌 해변의 분위기도 파도리나 모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낚시배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지난 봄만 해도 40~50명 내외의 관광객들이 펜션에 머물며 모래해변에서 맛을 잡곤 했었지만 오늘은 해변에 관광객도, 바지락을 캐는 주민도 보이지 않습니다. 싸이클 타는 사람 세명과 그 뒤를 따라가다 마는 강아지 한마리만이 어은돌에서 우리가 본 움직임의 전부입니다. 언제쯤이면 이곳에 생기가 돌게 될지, 정부에서 말하는 "기름유출을 극복한 태안"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던 태안의 봄은 아직 멀게 느껴집니다.

 


(좌)봄철 관광객은 아직 멀었는지 주차장은 텅 비어있는 어은돌 해변.
(우)꽃게 통발만 1년 넘게 쌓여있다.  ⓒ환경연합 정나래

 


갈매기와 오리떼들만 가득한 어은돌 해변은 언제쯤 고깃배들과 봄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될까.   ⓒ환경연합 정나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