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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위원회

이현정의 생태이야기 (3) - 2012년 5월호 소식지 기고

작성자미루|작성시간12.05.16|조회수38 목록 댓글 0

 

이현정   생태이야기(3)

 

 

대릉원에서 만난 털새동부(애기자운)이야기

 

 

 

유난히 햇살이 내 걸음걸이를 눈부시게 한다.

며칠 전부터 대릉원 천마총 부근에 털새동부(애기자운)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인류의 절대 발명품의 전파를 타고 까치 선생님의 즐거운 떨림의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털새동부(애기자운)는 자생지가 낭림산 이북과 대구와 인근지역이며 희귀식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아갔으며 올해도 잘 지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왔다. 여러해살이며 땅속 뿌리줄기를 뻗어 번식하기에 무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방사형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듯 꽉 들어찬 보랏빛 물결, 벌들이 윙윙 거리며 세 번째 다리에 매단 노란 꽃가루 경단이 물결 위로 왔다 갔다 한다. 콩과 집안이라 씨앗으로는 아마 확실한 번식을 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양분을 만들어서 땅에 떨어지니 말이다. 그 뿐인가 에너지가 넘친다. 줄기도 만들고 잎과 잔잔히 빽빽이 난 흰털도, 꽃도 만들고 꿀도 만든다. 참, 꽃가루도 만들지.....그래서 벌들을 바쁘게 한다.

 

나는 대릉원 잔디밭에 서 있다. 벅차오른다. 가슴만 벅차오르는 것이 아니고 눈은 접사가 되고 코는 보라색 기운을 흡입하고 입은 초록떡판에 올려 진 보라 꽃다짐을 금방이라도 집어 삼킬 듯하다. 마침 또 다른 보라떼구름이 보인다. 다름 아닌 제비꽃도 활짝 펴 사람들은 비슷한 색깔의 두 종류를 한 종으로 여길 것이다. 물론 일반적이지만, 그래서 까치 선생님 같은 분이 발견하셨나 보다.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벌써 3월부터 들리던 소리다.

성체로 겨울을 난 나비가 짝을 찾아 헤매던 소리,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채 먹이를 찾아 부대끼는 양봉꿀벌의 날개 짓소리, 땅속뿌리들이 깨어나 뻗어 가는 소리. 만물이 깨어난 소리들 중 털새동부(애기자운)가 폈다고 소리를 치지만 행인은 그저 봄볕을 즐기고 봄바람을 느낄 뿐이다.

 

이름처럼 털이 부슬부슬한 털새동부(애기자운).

경주의 역사적인 장소 대릉원 한 편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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