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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위원회

이현정의 생태이야기(4) - 수컷 모시나비의 고집 (6월 소식지 게재)

작성자미루|작성시간12.06.15|조회수56 목록 댓글 0

 

 

이현정   생태이야기(4)

 

 

 

 수컷 모시나비의 고집

 

 

 

 

화창한 날씨...그리고 늘 가던 숲의 산행.

한 분이 동행해 주신다. 서혜영 부위원장님과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걸어간다. 숲은 연녹색의 어린티를 벗고 차분하고 짙은 녹음으로 전환했다. 물론 얼마가지 못해 여름 잎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다. 여름 잎으로 태어나 숲은 바람을 통해 술렁일 것이다. 그리고 이때를 기다려 알을 낳는 모시나비가 하늘하늘 날개를 휘저을 것이다.

 

우리는 확인하고자 했던 난의 한 종류만 확인을 하고 숲길을 걸어 내려간다. 반투명한 흰색의 날개들이 공간속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나비는 다니는 길을 만들고 정해서 자기만이 아는 길로만 다닌다고 한다. 공간속의 길에서 우리는 만났다. 갑자기 쾌재를 부르자 서혜영 부위원장님이 왜 그러냐고 하신다. 수태낭을 달고 있는 암컷 모시나비를 만났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짝짓기가 끝나서 그런지 날갯짓이 더디다. 그리고 수태낭의 색깔이 흰빛인걸 보니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곧 알을 낳을 것이다. 알은 그대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3월 봄쯤 애벌레로 태어나 번데기가 되고 마침내 모시나비로 멋진 탈바꿈을 할 것이다.

 

모시나비는 호랑나비과 이며 중앙아시아의 가우토니우스모시나비가 조상나비로 알려져 있다. 백색의 반투명한 날개가 우리 옷 중 모시옷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생김새를 보면 인편(비늘조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인지 비가 그친 후 숲길을 걷고 있으면 온몸이 젖어 힘들게 날갯짓하고 있는 녀석을 만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현시대에서 1년 중 5월~6월에만 나타나고 죽어 버린다. 즉 장마가 오기 전에 번식을 마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오랜 진화 과정에서 생긴것이겠지만 수태낭을 다는 호랑나비과의 종들은 많지 않다. 애호랑나비도 수컷이 암컷에게 수태낭을 단다. 끈끈한 액체를 암컷의 배 부분에 묻혀 놓으면 굳어서 이것이 수태낭이 되는 것인데 다른 수컷과는 짝짓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수컷이 자기 유전자만을 고집하는 것이 된다. 보통의 곤충들은 암컷이 짝짓기를 해도 또 다른 수컷의 건강한 유전자를 받으려고 한다. 당연한 것이다. 다음세대는 더 우수한 종의 번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과연 한 수컷의 유전자로만 번식했을 때와 좀 더 강인한 유전자가 번식했을 때를 상상해 보라. 엄청난 비가 퍼붓거나 상상할 수 없는 고온이나 저온현상 바람과 태풍...먹이의 부족 등등....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생명체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모시나비의 위태로움이 공간속 길에서 함께 느껴지는 것 같다.

 

 

 

 

                                                 모시나비 수컷

 

 

암컷 꼬리부분에 달린 수태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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