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생태이야기(7)
대릉원 왕벚나무의 낙엽
어느새 10월의 문턱에 닿았다.
나른한 오후 갑자기 일정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지만 달콤한 오후 가을거리를 산책할 시간이 주어졌다. 남편과 함께 대릉원을 걸었다.
자동차를 타고 쌩쌩 달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가을바람 냄새도 맡고 발밑의 낙엽 부스러기 스치는 소리도 듣는다.
그렇다.
대릉원 가로수 밑에는 어느 때 부터 인가 낙엽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왕벚나무의 노랗고 붉은 갈색빛깔의 잎들이다.
자세히 보고 있으면 가지 끝부분에서부터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7월로 들어 설 때부터 왕벚나무와 느티나무를 눈여겨 봐 왔다.
7월 중순 쯤 이었던가.... 경주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진 왕벚나무들의 초록잎들 중 노랗게 변해서 떨어지는 잎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벚나무들은 다른 종류의 나무들보다 일찍 잎을 떨어뜨린다.
가로수로 심어진 느티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잎이 떨어진 그 순간부터가 겨울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온도가 낮아지고 일사량이 적어짐으로 해서 낙엽이 발생하지만 가로수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아마도 주변에 온도 조절장치가 없기에 겨울준비를 더욱 서두르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추측 해 본다.
다양한 나무들이 모여 사는 숲은 온도차가 일정하다.
다양한 종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온도조절장치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자유로운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대릉원의 가로수 왕벚나무.
인간이 가꾸고 있기에 인간의 손길이 닿는 줄기 부분은 잔가지(비정상가지-도장지)조차 자랄 틈이 없다.
그래서 손길이 닿기 어려운 위치에는 당연한 듯 키 작은 비정상가지(도장지)가 자라고 있다.
물론 이마져도 빈틈없는 관리자를 만난다면 사다리가 놓아져 아주 깨끗이 잘려 나가겠지만.
숲에서는 모든 나무들이 빛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가지를 뻗어간다.
물론 가까이에 다른 나무가 있다면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가로수는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인간의 기준에 따라 그런 나무의 속성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마구마구 쏟아나고 뻗어가는 가지들이 문제를 일으킬까봐....
나무의 습성대로 마음껏 가지를 뻗을 수 없고, 잘려나가도... 봄날 여린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로수 왕벚나무에게...
대릉원 앞 손질된 가로수(왕벚나무)
왕벚나무의 가지(가지끝에서부터 잎이 떨어지고 남은 가지)
윗부분 여기저기 쏟아오른 도장지
윗부분에 쏟아오른 도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