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생태이야기(8)
돌아온 서천의 철새들아, 환영한다!
살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이 귓불까지 이어진다.
10월로 들어서면서 내내 눈길이 가는 곳은 따로 있다.
들판을 가로 지르는 물길이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겨울철새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열심히 번식을 하던 백로류(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해오라기)가 먹이 활동을 위해 얕은 물위를 지긋이 주시하고 있다. 그러다 작은 물고기를 낚아채 통째로 삼키고 한다.
며칠 전 서천으로 필드스코프(망원경)와 카메라를 챙겨서 첫 출사를 했다.
역시 중대백로들이 반대편 수변 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번식을 위한 장식깃은 전혀 보이지 않고 멀쑥한 차림이다.
먼저 찾아온 비오리 들과 한판 물놀이가 벌어진 듯......
의외로 서천은 비오리,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고방오리, 흰뺨오리, 쇠오리 등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찾아온다.
물론 수적으로는 많지 않다.
텃새로는 흰뺨검둥오리, 텃새화 된 일부 청둥오리는 겨울이 되면 북쪽에서 남하한 무리와 섞여서 많은 수가 관찰된다.
또한 경주의 동쪽 바다에서는 10월에 갈매기종류 중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겨울철새 재갈매기가 내 카메라 셔터 속으로 신고식을 치렀고, 남천에서는 민물도요와 운 좋으면 깝짝도요 까지 만날 수 있다.
요즘은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다.
아이들도 바쁘고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모두가......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이 추운겨울을 날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아니 관심을 가져보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장 속 바쁘게 물건 파는 상인에게 한마디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도 늦었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들려오는 환경 변화가 대신해 말해주고 있다.
관심을 넘어선 실천이 절실히 필요해 지는 시점인 것이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은 바로 이 지구상의 환경이, 생태가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올해 찾아온 철새들의 수가 작년에 찾아온 철새의 수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다면 생태시스템이 잘 순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 조사단위 만으로는 생태시스템을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마을에 늘 찾아오던 황새가 찾아오지 않는 것 또한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황새가 오지 않는 것은 생명체 한 종에 있어서 다양하지 못함을 알려주는 것이며 먹이관계에 있어서 한 종이 멸종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철새는 여름이 되고 겨울이 되어 돌아 와야 한다.
돌아와서는 조용히 그리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하고는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목숨을 걸고 날개 짓해서 날아간다.
움직임으로 이미 실천하고 있는 강인한 생명체들인 것이다.
우리는 돌아온 철새들이 경주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잘 지내다가 갈 수 있을 만큼만 관심을 가져주면 어떨까 한다.
돌아온 철새들아 정말 환영한다!!!
중대백로
중대백로와 비오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