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노원구청>
노원구 방사성 아스팔트 반입이 남긴 것?
작년 12월 28일, 폭설이 내려 시가지 도로가 온통 마비됐다. 제설이 더딘 양남면, 양북면 일대는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그런 폭설에도 불구하고 경주에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바로 핵폐기물이 반입된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방폐장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틀어막고 이틀간 반입을 저지시켰다. 29일, 토요일 저녁 7시30분경에 주민대표와 원자력안전위원회 간에 서면 합의서가 작성되고 핵폐기물은 반입될 수 있었다. 합의내용은 ‘2014년 6월 방폐장이 준공되기 전까지 주민동의 없이 더 이상 핵폐기물반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번에 반입된 핵폐기물은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에서 발생한 방사능 아스팔트 폐기물이다. 2011년 11월 우연히 그곳의 도로에서 방사능이 높게 측정됐고, 확인 결과 아스팔트가 방사성물질(Cs-137)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노원구청은 즉시 아스팔트를 걷어냈고, 걷어낸 폐아스팔트는 노원구청 뒤편의 임시가건물에 보관됐다. 폐아스팔트는 총 785.08톤이며 이중에서 세슘(Cs-137)의 함량이 10베크렐(10Bq/g) 이상인 방사성 폐기물은 457.15톤이다. 457.15톤은 폐기물 운반 트럭으로 28대 분량이다.
작년 12월 28일의 폐아스팔트 반입은 2차 반입시도였다. 작년 11월7일 1차 반입시도가 있었고 주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1트럭(16톤)만 반입할 수 있었다. 이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동의를 거친 후 나머지 폐기물을 반입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12월28일 또다시 강제 반입을 시도한 것이다. 주민동의 없는 2차 반입은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2014년 6월 방폐장이 준공되기 전까지 주민동의 없이 더 이상 핵폐기물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서면’합의서를 작성하고 경주로 내려온 12트럭만 추가 반입할 수 있었다. 아직 노원구청 뒤편에는 15트럭, 약 240톤의 폐아스팔트가 방치되어 있다.
경주에 방폐장이 건설되는 만큼 핵폐기물은 궁극적으로 경주에 반입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2010년에 준공되기로 예정된 방폐장이 암반불량, 지하수 다량유출 등으로 공사가 난항을 겪고 준공이 2014년 이후로 연기되면서 이 모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방폐장이 준공되지 않은 만큼 계속 반입하여 임시저장 하는 것은 큰 문제고, 문제가 있는 만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행정당국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들을 업신여기고 약속까지 파기하면서 폐기물을 반입하는 데만 급급했다. 결국 정부의 핵정책은 또다시 신뢰를 잃어버렸고 노원구의 폐아스팔트는 절반 밖에 반입하지 못했다.
주민들과의 마찰 외에 법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에 임시저장 될 수 있는 용량은 현재 법적으로 4,000드럼이다. 울진원전과 월성원전에서 반입되어 임시저장 중인 핵폐기물이 2,535드럼이다. 그렇다면 추가로 반입할 수 있는 물량은 1,465드럼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원구의 폐아스팔트는 드럼으로 환산하면 최소 1,500드럼에서 최대 2,000드럼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일 모두 반입된다면 법적 허용량인 4,000드럼을 초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에 대한 아무런 행정적 사전조치 없이 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다. 핵폐기물 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볼 수 있다.
* 관련내용 더 보기 : 방사성 아스팔트 반입 설명회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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