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대신 재생 가능한(renewable) 에너지를
2006.7. 부산환경운동연합
냉전 시대를 지배하던 질문은 자본주의냐 혹은 공산주의냐는 물음이었다. 지금, 기후변화의 시대의 질문은 바로 기후 보호냐 혹은 기후 재앙이냐는 물음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기후 재앙에서 벗어나는 길인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좀 더 간편하고, 쉬우며 저렴한 방법이지 않을까?
현재 세계 전기의 18%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12%가 원자력 발전에서 얻어진다. 최근의 추세는 더욱 더 환경친화적이면서 원자력 발전에서 얻어지는 양이 더욱 적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2006년에 전 세계적으로 두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반면, 여덟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같은 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25%나 증가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원자력 발전의 르네상스에 대한 논의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잘 꾸며낸 신화에 불과하다. 발전소의 에너지들은 모두 소모되어 남아있는 것이 없다. 남은 문제는 단지 이 발전소들이 문을 닫게 되는 날이 40, 60, 80년 이내가 될 것인지(원자력 에너지의 고갈로), 아니면 다음번의 커다란 사고 이후가 될 것인지의 여부다. 대조적으로, 태양은 지금부터 45억년간 타오를 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정책결정자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지지하면서 내세웠던 주장들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로 급속히 사그라졌다. 이전에는 비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던 ‘기후 보호’가 이제 그들의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가 과대평가 되어 왔었던 반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아직도 과소평과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일의 문제를 어제의 방법으로 풀 수는 없는 것이다. 오직 무한하고(endless),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ubiquitous),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 원자력 발전을 멈추는 것은 진정한 기후 보호의 전제 조건이다.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선 커다란 발전소가 사용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들은 유동적이지 않고, 커다란 부피를 차지하며, 제한적이고 낮은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20세기의 철학이 낳은 그 거대한 발전소들은 매우 많은 양의 에너지를 낭비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우라늄을 수입해야 한다. 즉, 원자력 발전소는 태생적으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가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고 지역의 생산자들에 의해 운영될 때만이 에너지 공급은 기후 보호와 양립할 수 있다. 오직 그 지역에 내리쬐는 태양 빛, 그 지역에 부는 바람, 그 지역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에너지, 그 지역을 바탕으로 한 수자력과 지력 발전만이 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앞에 열거한 에너지원들은 모두 기후 친화적이고 안전하며 경제적이고 영구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 지역으로 분산화(decentralized) 될 수 있다. 태양과 바람을 이용할 때는 계산서가 필요 없다!
* 원자력 발전이 가능한 것보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이뤄낼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경제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경우만이 기후를 보호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현대의 폐열발전(cogeneration) 작물들이 90%의 에너지 효율(1차)을 보이는데 비해 오직 30%의 효율을 보인다. Chancellor Merkel은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몇 백만의 작고, 분산화 된 발전소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독일과 유럽은 기후 보호를 위한 원자력 발전소가 더 이상 필요 없다. 다만, 그들(독일과 유럽)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각 지역에 분산된 몇 백만의 효율적인 에너지 발전소 설립을 위한 정치적 토대다. 주택 소유자들, 기술자(장인)들, 농부들이 그 에너지 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규모 혹은 중간규모의 사업체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기반시설들은 대부분 이미 존재한다. - 집, 지붕, 그리고 2천만이 넘는 빌딩의 벽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계속 기다리는가? 필요한 모든 기술들 역시 이미 다들 개발되어있다. 이 발전소들은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다. 남은 장애물이라곤 예전의 방신에만 머물러 있는 우리의 머릿속뿐이다.
* 그런데, 만약 폐열발전이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우리는 왜 그것을 좀 더 빨리 실생활에 적용시키지 않았을까? 바로 원자력 발전소들이 아직까지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바로 그 예다. 원자력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기만으로도 프랑스의 전기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때문에, 전기를 절약하거나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원자력 에너지로 발전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결국 고효율 에너지 경제와 분산화 되고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갖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중 어느 하나도 완전히 안전치 못하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곤 핵폐기물에 의한 방사선이 수천만 년이나 계속해서 방출된다는 사실 뿐이다. 아직도 계속해서 원자력 발전을 주창하는 사람은, 자신의 도착지가 없음을 알고도 이륙하는 비행기 조종사나 다름없다.
* 전 세계에 퍼져있는 440개의 원자력 발전소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보내는 440개의 초대나 다름없다. 둘의 관계성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9/11 테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할 수 있으며, 분별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 원자력 발전이냐 아님 기후재앙이냐는 질문은 실체 없는, 무의미한 대조일 뿐이다. 원자력 발전으로는 기후를 보호할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이 진정으로 기후를 보호하기 위해선 현재보다 더 큰 역할을 해야만 한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배출 양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수만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새로 설립되어야 한다.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치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중국과 인도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자주 반대에 부딪힌다. 현재 중국은 나라 전체의 전기 소비량의 1%를 원자력 에너지가 담당하고 있고 이것을 2020년 까지 4%로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20년 까지 총 전기소비량의 2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얻기를 기대한다. 이 역시 원자력 에너지를 옹호하는 것이라기 보단 그 반대에 더 가깝다.
*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원자력 에너지의 수명을 늘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은 과연 ‘덜 나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만약 내가 콜레라와 싸워야 한다면, 나는 페스트균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해답은 간단하다. 원자력 대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 태양은 8분 만에 전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리고 그 동안에 풍력, 수력 발전, 바이오 에너지, 지력, 조력 발전, 그리고 파력 발전 에너지까지 모든 종류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발생한다.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더 이상 자연과 맞서 싸울 필요가 없다. 대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며, 자연에서 얻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10년 안에 현재의 화석-원자력 에너지는 모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완벽히 교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체르노빌 이후 11번째 십계명을 배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