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살구나무 한 그루가
혼자 남아 별똥별이나 헤는
역사驛舍마저 사라진 도림道林역
기울다 만 레일 위로
경전선 완행열차가 구구단을 외듯
덜컹덜컹 절룩거리며 지나가는
두어 뼘 철교 아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쌍봉사 범종각
사자산 숲을 보듬는 저녁 공양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역 마당을 쓰느라
늙어버린 살구나무가
물덤벙술덤벙 살아온 내게 이르네
사는 일이 다
덤벙대다 그림자나 키우는 일임을
공양 대신
종소리나 오래 듣다가
그림자는 거두어 가라네
어릴 적부터 어른인 두 아름 살구나무
저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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