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목월백일장 수상작(최우수,우수)
초등 저학년부
<최우수>
다람쥐 / 김담우 (흥해 서부초 1년)
울긋불긋 가을 산이
울라울라 춤을 추면
빨간 잎, 노란 잎, 주황 잎
무지개가 하늘에서 우르르 쏟아져요.
다람쥐는 바빠서
두 볼에 가을을 잔뜩 넣고
쪼르르 나무집으로 달려가
도토리 문 단추를 꼭 잠가요.
<우수>
다람쥐 / 이강무(포항 연일초 2년)
쉿! 다람쥐야
내 비밀을
너에게만 알려줄게
동글동글 내 머리 속엔
꿈 주머니가 있어
오동통한 너의 볼 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어있니?
너의 볼 속에 있는 비밀을
나에게만 알려줘.
<우수>
다람쥐 / 신하랑(황성초 1년)
귀여운 다람쥐는 초롱초롱 눈망울
귀여운 다람쥐는 나무타기 대장
귀여운 다람쥐는 도토리 깎기 대장
날샌 다람쥐는 달리기 대장
내 별명은 날샌 다람쥐
푸른 들판 위 달리기 대장끼리
달기기 시합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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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부
<최우수>
반창고 / 유현서(유림초 5년)
기억이 난다
항상 내가 다치면
엄마는 반창고를 붙여줬다
엄마의 반창고는
다른 반창고보다
더 빨리 낫는 느낌이 든다
작은 상처지만
다치면 세상이 아파진다
어느새 아프지 않지만
엄마에게 계속 아프다고 한다
이젠 내가 엄마의
반창고가 되고 싶다
내가 엄마의 기억이 되고 싶다
<우수>
반창고 / 박시하(울산 구영초 6년)
울적하고 슬픈 너에게는
따뜻한 위로 반창고
싸워서 화난 친구에게는
미안함 가득 사과 반창고
상 받아 기쁜 동생에게는
질투보단 칭찬 반창고
매일 맛있는 점심 주시는
급식 아주머니들께는 감사 반창고
의미도 용도도 모두 다른
반창고 중에서도
난 너만을 위한 우정 반창고
<우수>
반창고 / 정하은(유림초 5년)
무릎이 까졌다.
살짝 긁힌 상처가
따끔따끔 아파왔다.
할머니가 다가오셨다.
뽀로로 그림이 그려진
반창고 하나 툭.
유치한 그림에
나는 괜히 심술이 났다.
이거 붙인다고 낫는 것도 아닌데.
아이야, 할머니가 호 하고
이걸 붙이면 낫지 않는 게 없어요.
할머니는 실긋 웃으셨다.
오늘도 무릎이 까졌다.
살짝 긁힌 상처가
오늘은 쓰라리게 아파왔다.
할머니가 안 계신다.
반창고 하나 서랍에서 꺼냈다.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우리 할머니는 그렇게
반창고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셨구나.
그것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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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최우수>
편의점 / 이진국(김천중 1년)
바삐 돌아가는 시간 속
얼굴에 드러난
지치고 병든 마음들 모두
종소리에 날아가
마음 한 켠 속
잊혀진 포근함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
빛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산뜻이 맞이해 주는
나의 휴식의 공간
연필로 빽빽이 칠해놓은
나의 무뎌진 감정들을
지워주는 지우개
<우수>
반창고 / 정윤채(월성중 3년)
그윽한 연필자국
눈밑 빗물처럼 흐르는 다크서클
문제집 속 글자의 무게를 견디고
오늘, 딱딱한 돌이 된 다리
터벅터벅 이끌고
시원한 바람,
귀에 스치며
어제 왔던 그 자리에
도착한다
차가운 냉장고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얼음컵 부딪히며 내는
짤랑거리는 위로
바지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 넣어
낮부터 굴러다니던 미지근한
동전을 쥔다
가벼운 동전 몇 개로
오늘의 무게
전부 바꾸어 바닥나버릴 수 있다면
바코드 찍히는 붉은 광선이
문제 속 잔인한 숫자들을
지워버리기 바라며
삐걱거리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따뜻한 얼음컵과
내일을 기약한다
<우수>
편의점 / 이주호(월성중 1년)
편의점과 바다는 닮았다.
바다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편의점에는 고래밥 과자가 헤엄친다
바다에는 조개와 해초가 있고,
편의점에는 김밥과 라면이 있다.
바다에는 많은 생물이 모이고,
편의점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
바다는 파도가 밀려오고,
편의점에는 손님이 밀려온다.
바다는 밤이 되면
어두워지지만
편의점은 밤에도 환하게 빛난다.
그래서 나는 집 앞 편의점 문을
열 때마다 파도 소리 대신
딩동 소리 는 바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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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최우수>
스위치 / 이준혁(문화고 2년)
그것은 하나의 유배지였다.
지울 수 없는 손때를 둥글게 두르고
벽의 완강한 살 속에 박혀 있는 사각형.
낮과 밤이 서로를 밀어내는 경계선에서
그는 평생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형벌을 살고 있다.
딸깍,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나면
단절되었던 선들이 서로의 살을 더듬어 연결되고
방은 비로소 환해진다.
스스로를 꺾어 타인의 세계를 환하게 밝히는 일, 그것은 가혹한 투전 같아서
빛이 태어날 때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소리없는 불꽃이 튀었다.
돌아보면 아버지는 가치관이 다른 세상과 늘 위태로운 접점을 이루며 살았다.
세상의 거친 전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식이라는 회로가 타버리지 않도록
스스로 과부화를 견디던 전선.
내가 세상의 화려한 중심에서
나만의 온도로 뜨겁게 끓어오를 때
아버지는 차가운 외곽의 벽에 붙어
묵묵히 전류의 통로가 되어주었다.
당신의 관절이 마디마디 꺾이며 닳아갈 때
비로소 내 삶은 끊어지지 않고 흐를 수 있었다.
빛의 이면에선 늘 어둠의 고용주가 있는 법이어서
방을 가득 채운 백색의 명도를 전량 리필하기 위해
아버지는 매일 밤 자신의 생을 조금씩 소등하고 계셨다.
<우수>
스위치 / 이유경(초월고 2년)
초여름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
집 안에는 저녁 그림자가 내려앉고
익숙한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순간
이제야 아버지의 하루가 떠오른다
새벽이 아직 푸른 그림자를 품고 있을 때
아버지는 가장 먼저 문밖의 어둠을 밟고 나가셨다
여름은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먼저 밝아졌고
아나둘 꺼져가는 하루 끝에서도
우리 집 창가에는 늦도록 빛이 머물렀다
아버지는 낮은 자리에서 말없이 자신을 덜어내고
늘 집안의 뒤편에 머물러 계셨다
당연한 듯 이어지던 하루 속에서
나는 그 밝음의 시작을 보지 못했다
어느덧 희미해진 뒷모습 속에서
나는 아버지가 우리 하루의 스위치였음을 더듬어 본다
먼저 켜지고 마지막에 꺼지던 하루
쉽게 지나쳐 온 거친 손끝 위로는
우리가 모른 채 흘려보낸 빛이 남아 있었다
가장 오래 꺼지지 않고 켜져 있던 빛은
거실 벽이 아니라 가족을 향해 조용히 이어져있던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지금도 켜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우수>
스위치 / 박민서(경주여고 1년)
아침마다 교복을 입으면
달칵
학교에 가는 나로 켜진다
웃어야 하는 나
괜찮아 하는 나
모르는 척해야 하는 나
엄마가 잘 다녀오라는 할 때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복도에서 친구들이랑 머물 때
달칵
재미있는 척이 진짜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척이 진짜 웃음 같기도 하다
근데 화장실 혼자 들어가 문 잠그면
달칵
조용히 꺼진다
아무도 모르게
거울 속 나를 보면서
이 애가 나인지
아까 웃던 애가 나인지
잠깐 헷갈린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이 들리다가
달칵
갑자기 딴 생각으로 꺼진다
어제 괜히 했던 말
아직도 어색한 그 애랑의 사이
엄마한테 짜증냈던 것
별거 아닌 것들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선생님 목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점점 깊이 꺼진다
집에 오는 버스 안
창문에 기대면
달칵
하루치의 나를 전부 끈다
웃던 나
대답하던 나
참았던 나
애써 밝았던 나
이어폰 속 노래만 들린다
이때가 제일 나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오히려 편하다
방에 들어와 불 끄고 누우면
달칵
천장이 어둡다
나도 어둡다
오호 내가 몇 번이나
켜지고 꺼졌는지
세다 보면 눈이 무거워진다
가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켜질 때가 있어
좋아하는 노래 나올 때
달칵
하늘이 예쁠 때
달칵
엄마가 머리 쓸어줄 때 달칵
그럴 때의 나는 꾸미지 않아도 켜진다
내가 내 손으로 달칵
켜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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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최우수>
핸드폰 / 김수빈(중앙대)
언제나 닿지 않는 꿈이었다
만져야만 아는 세상에서
실체 없는 바람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던가
빽빽한 기둥의 숲
가진 목소리마저 아득해질 때
멀리서 달려오는 단 하나의 빛
가지처럼 긴 손을 뻗어
움켜쥔 세상은
지금껏 듣지 못한 말
가본 적 없는 길
손끝이 우주 끝까지 닿는다
작고 빛나는 문
바닥이 없는 세계에서
흔들고 눌러 깨운 것은
깊이 묻어둔 외침
오래 미뤄둔 아침
만져지지 않아도
존재하는 세계에선
헐거운 꿈도 현실이 되고
아무의 빛도 깨어나지 않는 시간
작고 푸른 태양이
아침을 연다
<우수>
핸드폰 / 석유성(포항시 북구)
신중한 걸음으로
온 몸이 짓무르도록
창에 길을 냅니다.
껍질처럼 건조해진 지문 위로
온기를 더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검은 창은
이미 그녀의 형상에는
침묵을 더합니다.
창 너머 아이의 세상
인정받지 못하고 통제받던 곳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날까 봐
불안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닫혔습니다.
그녀만 창밖에서 서성입니다.
더 이상
세상이 웃어주지 않습니다.
닫힌 창은
반질하게 생기가 돕니다.
<우수>
핸드폰 / 임민비(경주시 현곡면)
태양을 삼킨 모래는
불볕을 울컥이며 토해내고
퍼석한 능선 사이
좋지 않은 모양으로 주저앉아
조각난 말들을
쓸어 모았다
손가락 끝에 맺힌 마음을
눌러 담아보지만
후두둑
무너져버린 모래성
완성되지 못한
어설픈 외침은 결국
흩어진 채
낡은 핸드폰에 갇히고
그 위로 부서지는 잔인한 포말
아슥해진 얼굴이
차가운 액정에 스민다
거지지 않은 불씨로 끓여낸
짜디짠 나의 바다
하염없이 짖어대는
고요한 나의 포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