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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원효 / 전인식

작성자이원주|작성시간26.06.12|조회수49 목록 댓글 0

엿장수 원효

 

 

전인식

 

 

골목길에서 한 사내 떠들어 댔네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한 나
빈병과 헌책, 고장난 선풍기를 들고 나갔네
그 사내 보이질 않고
사금파리 하나에 골목길이 환하였네

멀리 내 사는 마을까지 찾아와
고래 고래 외쳐던 까닭 몰라
텔레비전 보는 온종일이 허전하였네

혹, 그가 찾아다닌 것이
못 쓰는 물건들이 아니라 어디에도 쓸모없는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프로야구 중계방송이 끝난 저물녘에서야
간신히 생각 하나 건져 올렸네

고장난 마음은 생각지도 못하고
못 쓰는 물건들만 들고 뛰어나갔던 어리석음들이
한꺼번에 노을빛으로 몰려들었네
가슴팍에서는 씁쓸함들이 박수를 쳐대는 소리
비웃는 소리 들리는 듯하였네

눈 베일 뻔했던 사금파리 하나가
세상 환히 밝히는 태양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컴컴한 어둠 속으로 날 감금시켰네

가위소리 끊어지지 않던 그날 밤
검은 하늘에 뜨는 검은 해를 보았네

 


  - 『검은 해를 보았네』, 불교문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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