溪西野譚(계서야담)
조선시대 명재상 유성룡에 얽힌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유성룡에게는 바보 숙부가 있었다.
그는 콩과 보리를 가려볼 줄 모를 정도로 바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숙부가 柳成龍에게 바둑을 한 판 두자고 했다.
柳成龍은 국수라 할만한 바둑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아버지 형제되는 사람의 말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바둑을 두었는데 막상 바둑이 시작되자 유성룡은 바보 숙부에게 초반부터 몰리기 시작하여 한쪽 귀를 겨우 살렸을 뿐 나머지는 몰살당하는 참패를 당했다.
바보 숙부는 대승을 거둔 뒤 껄껄 웃으며 "그래도 재주가 대단하네. 조선 팔도가 다 짓밟히지는 않았으니 다시 일으킬 수 있겠네" 라고 중얼거렸다.
柳成龍은 숙부가 거짓 바보 행세를 해온 異人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의관을 정제하고 큰절을 올리고는 무엇이든지 가르치면 그 말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숙부는 며칠 있다가 중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할 것인데, 재워주지 말고 자기한테로 보내라고 했다.
실제 얼마 후 한 중이 찾아와 재워주기를 청하자 柳成龍은 그를 숙부에게 보냈는데 숙부는 그 중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네 본색을 말하라!"고 해 그가 豊臣秀吉(토요토미 히데요시)이 조선을 치러 나오기 전 柳成龍을 먼저 죽이려고 보낸 자객이라는 것을 자백받았다.
그리하여 柳成龍은 죽음을 모면했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영의정의 자리에서 사실상 국난을 극복하는 주역이 되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고 부르던 그때 異人이 위기의 조선을 구했던 것이다.
문교부장관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석학 황산덕의 명저 <복귀>에서 "한민족은 절대로 절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서 이 나라가 위기를 맞으면 큰 인물들이 집중적으로 나왔는데 그것은 우리 민족이 그런 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진왜란을 되돌아보면 그 말은 여실히 이해된다.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장수로는 이순신, 권율이 있었고 정치인으로는 유성룡과 이덕형, 이항복이 있었으며 종교 지도자로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조선 5백년을 통틀어 몇 사람 나올까말까 하는 큰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지금 이 나라는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한데 사실은 아직 심각한 위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어째서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