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제가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후, 신문배달원으로, 잡화점 점원으로, 눅눅한 지하공장에서 시다를 거쳐 미싱을 타던 수줍음 많던 소년이 40년 후 시인이 되어 첫 시집을 받던 날, 저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듯한 기쁨과 감동이었습니다.
상경기에 지독한 가난으로 주경야독을 해야했던 저는 주머니에 몇 푼 생기면 헌책방으로 달려갔고,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갈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습니다.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쌀도 떨어지고 불도 없는 차가운 골방에서 오로지 문학의 길을 가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 반찬 살 돈이 없어서 고추장 한 가지에 밥 비벼 먹으며 한 달을 버티면서도 책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 열정의 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어떤 날은 전기세 많이 나온다는 집주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불 뒤집어쓰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청춘의 한 시절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요즘 가끔 새벽녘에 제 서재 겸 베란다에서 앉아서,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나름 빼곡히 꽂힌 책장을 볼 때면 마치 부자가 된 듯 뿌듯해집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같은 심정이듯 선물 중에 최고는 역시 책이겠죠. 지금껏 손에서 책을 놓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독서에 매진해 왔던 지난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졸저인 첫 시집을 내고 지인 및 수원문협 선배님들께 감사의 인사로 제 시집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제 시집을 받으신 존경하는 선배님들께서 귀중한 저서 및 전화, 문자로 또는 육필로 쓰신 엽서까지 다양하게 보내주시어 저는 또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매일 매일이 감동의 나날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낼 때의 비용보다 몇십 배나 많은 행복을 덤으로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끝으로 수원문협 원로님. 한국 경기시인협회 회원님들께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두루 평안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박 도 열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