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것들
고정현
나는, 아내의 한 숨 섞인 잔소리를 귓등에 얹으면서도
구차스러운 변명 두어마디 속에 내 고집을 담아
주머니에 몇 가피 남아있지 않으면
담배 가게부터 찾는 내 눈동자의 서두름을 좋아하면서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끊지 않을 담배가 있다.
나는, 내가 취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면
어릴 적 선생님 칭찬 들을 때의 기분만큼이나
우쭐 거리는 가슴의 울렁거림이 좋아서
적당히, 눈치껏 마시기도 하지만
때론, 고독이라든가 외로움이라는 변명거리를 만들며
오늘도 한 잔의 술을 찾기 위해 걸음품을 판다.
나는, 잠시의 여유로움이 있을 때 눈을 감고 그리는 것,
그것들을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고 틈틈이 꺼내어
한 모금의 담배 연기와, 한 잔의 술에 적당히 섞는다.
임진강에 흘려보낸 내 누런 오줌 줄기와
군자 산 어느 구석에 버려진 내 배설물과
도망치느라 벙커 안에 챙기지 못해 두고 나온 화투장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던 그 녀석과
터진 손등으로 콧물 훔치던 그 녀석과
발 동동 구르며 악담을 퍼붓던 그 계집아이도 섞는다.
아!
내가 평생 끊지 못할 숙명 같은 그것들
나는 담배를 끊지 못할 것이다. 내 고집과 글쓰기를 위해
나는 술을 끊지 못할 것이다. 내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나는 내 고향의 연을 끊지 못할 것이다.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이 살아있고
내 유년이 끈적이며 내 삶에 붙어 있는 날 동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