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시, 시조, 동시

끊을 수 없는 것들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19.10.20|조회수16 목록 댓글 2

끊을 수 없는 것들

                                                         고정현

 

 

나는, 아내의 한 숨 섞인 잔소리를 귓등에 얹으면서도

구차스러운 변명 두어마디 속에 내 고집을 담아

주머니에 몇 가피 남아있지 않으면

담배 가게부터 찾는 내 눈동자의 서두름을 좋아하면서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끊지 않을 담배가 있다.

 

나는, 내가 취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면

어릴 적 선생님 칭찬 들을 때의 기분만큼이나

우쭐 거리는 가슴의 울렁거림이 좋아서

적당히, 눈치껏 마시기도 하지만

때론, 고독이라든가 외로움이라는 변명거리를 만들며

오늘도 한 잔의 술을 찾기 위해 걸음품을 판다.

 

나는, 잠시의 여유로움이 있을 때 눈을 감고 그리는 것,

그것들을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고 틈틈이 꺼내어

한 모금의 담배 연기와, 한 잔의 술에 적당히 섞는다.

 

임진강에 흘려보낸 내 누런 오줌 줄기와

군자 산 어느 구석에 버려진 내 배설물과

도망치느라 벙커 안에 챙기지 못해 두고 나온 화투장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던 그 녀석과

터진 손등으로 콧물 훔치던 그 녀석과

발 동동 구르며 악담을 퍼붓던 그 계집아이도 섞는다.

 

!

내가 평생 끊지 못할 숙명 같은 그것들

나는 담배를 끊지 못할 것이다. 내 고집과 글쓰기를 위해

나는 술을 끊지 못할 것이다. 내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나는 내 고향의 연을 끊지 못할 것이다.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이 살아있고

내 유년이 끈적이며 내 삶에 붙어 있는 날 동안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19.10.20 ㅎㅎㅎ......
    근데 저는 이상하게도
    무엇을 끊는 게 점점 쉬워지더라고요.....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0.20 그래도 끊어지지 않고, 더 철썩 달라붙는 것들도 있답니다. ㅋㅋ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