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 서러움
고정현
하얀 들판에 무색 눈물 떨어지던 날
바람은 울음소리를 대신 내고 있었고
꾹 다문 입술 사이로 시린 가슴 튀어나오는데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입막음뿐이었지
하얀 추억이 눈길 따라 멀어지던 날
벌거숭이 나무 등걸위에 앉아서
하얀 발자국 뒤를 따르는 내 눈동자에
꺼져가는 그림자의 서러운 슬픔만보였지
사랑은 그렇게
빛바랜 하얀색이 되어 떠나고
텅 비어버린 성냥갑 같은 마음속에는
불 지펴야 할 이유조차 남아있지 않았어
계절만 내게 서러움은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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