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넉넉히 남아 있는 날이다 · 외2편
이 경 렬
참으로 서럽게 가난했던
가난했던 쪽박 얘기로 서로 웃었다
서로 웃다가 부둥켜안고 울었다
안고 울다 보니,
쌓이고 맺힌 한도 웃고 있었다
산으로 들고 산에서 나오는 이야기
내 친구 무무사(無無寺) 땡초는
걸망이 있어 짐을 진다고
걸망조차 벗어 버리고
휘적휘적 산길로 들어가 버렸다
까짓 거, 하며 걸망 몇 개 둘러메고
산에서 나오고 말았다. 나는
당산 팽나무가 간밤에 폭풍우를 견뎌냈다
맥없이 흔들리다가
수없이 부딪히다가
참 서럽게 찢기다가
상처는 아름다운 눈물이었으면
아문 상처는 행복한 추억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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