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
고정현
그렇게
부스럭댐도 없이
내 곁을 떠나갔구나
어제 밤잠자리
함께 누울 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더니
베게 잎에 네 체온이
그대로 형상되어 남아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느낌도 없이 함께 누었다가
조용히 떠났는가
이별 의식 없이
나에게서 떠나며
너는 나를 버렸구나
(부제 : 脫毛탈모)
원고를 찢다(假題)
1 포기
표의원의 사층 사무실을 벗어나 일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걸어내려 와 밖으로 나선 경민은 마음이 홀가분하기만 하다. 경민은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본다. 낮게 흐르는 구름의 색이 어둠 쪽으로 가깝다. ‘비가 오려나?’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왼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낸다. 그의 바지 왼쪽 주머니는 담배와 라이터가 들어있는, 오직 담배와 라이터를 위해 사용하는 주머니이다. 왼손에 잡혀 꺼내진 담배 갑을 오른 손으로 열어 한 가피 꺼내고 담배 갑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다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불을 붙이면서 빨아들인 연기를 뿜어내는데 두 마리의 잠자리가 낮게 나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오늘부터 소설집필을 시작합니다. 중편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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