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임 애 월
봄날의 향기를 버린 꽃이
가을바람 앞에서 머리채를 풀었다
여름 내 붉은 햇살
머물렀던 그 자리
능선을 타고 온 갈바람이
무심하게 훑고 지나가면
생채기로 남는 꽃들의 낙법 너머로
무성하게 흩어지는 풍문들
난기류 속을 뚫고 온 철새의 안부와
간이역을 떠나는 완행열차의 긴 꼬리
비릿한 시간의 접점, 그 경계에서
비로소 속눈썹을 내리는
치열했던 한 생의 기억이 내장된
풍경화 한 점
<현대시> 2019년 하반기, <와글와글 수원> 202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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